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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後感] 아기는 외계인

우주에서 지구로 내려온 나의 아기를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

by 야엘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아이스크림집의 베스트셀러 맛 중 하나는 단연 ’엄마는 외계인’이다. 초코볼과 초코/화이트 초콜릿이 섞인 이 아이스크림이 왜 이런 기묘한 이름을 갖게 된 건지 항상 궁금했는데, 네이밍이 정해지게 된 이유는 대략 이렇다고.


한국 발매 이름은 1988년작 킴 베이싱어 주연 영화 '새엄마는 외계인(My Stepmother Is An Alien, 1988)'에서 따왔다. 일단은 외형을 보고 아이스크림의 초코 부분이 우주를, 아이스크림 안에 들어있는 초코볼은 행성을 닮았다고 생각해 브레인스토밍을 한 후에 이렇게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당시 배스킨라빈스는 새로 출시하는 아이스크림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쉘위댄스',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 '아이엠샘' 등 영화 제목을 패러디한 명칭을 붙여서 홍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엄마는 외계인도 그 중 하나였던 것.
(출처: 나무위키)


하지만 요즘의 나에게 누가 저 아이스크림의 이름을 작명을 부탁한다면 나는 그 이름을 이렇게 지어주고 싶다.


아기는 외계인


아기는 사람이지만 같은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불편해할 만한 모든 걸 제거해 줬는데 왜 우는 거지?’ ’졸려하는 것 같으면서도 왜 잠을 못 잘까?‘ 수백 번 질문해 봐도 말 못하는 아기에게 답을 얻을 순 없다. 조금의 힌트라도 얻을까 하여 맘카페와 유튜브를 뒤져보지만 추측들만 더해갈 뿐 뾰족한 이유나 해결책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기를 외계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기를 나와 동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위와 같이 많은 부분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몰이해는 엄마의 필연적인 피로와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과 만나 짜증 섞인 육아태도로 이어진다.


하지만 한 가지 잊어서는 안 되는 건, 아기를 세상으로 불러온 건 나와 남편이지 아기의 의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아기는 마치 영문도 모르고 지구인들의 손에 의해 이 행성에 내려오게 된 외계인과 같다. 아직 이 행성의 중력도 낯설고, 갑자기 가지게 된 인간의 몸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고, 언어는 전혀 모르니 전하고픈 말이 있어도 소통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인 우리에게는 당연한 모든 것들이 이 아기 외계인에게는 생경하고 때론 갑갑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좀 웃기긴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나에게 당연한 것들이 아기에게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면서 힘든 육아 상황에서도 의연해질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우리의 외계인은 적응력이 뛰어나서 지금 겪는 많은 문제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외계인이 지구와 자기 몸에 적응하며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기가 걱정되어 맘카페에 올린 수많은 질문들도 2주 후에 다시 보면 불과 2주 전에 ‘내가 저런 걱정을 했다고?’라고 생각할 정도로 지나간 일이 되어버린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으로 우리 아기 외계인의 적응 능력을 믿어주자. 엄마, 아빠가 아니면 우리 아기 외계인을 누가 믿어주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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