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왼손 Aug 24. 2024

미리 쓰는 안녕 편지

to. 서초롱


안녕 초롱아

밤이 되니 너는 다시 아파오는구나

2021년 4월부터 지금까지 폐수종 8번과 심낭수 1번, 심정지 한 번을 겪었네

언니랑 오빠는 한 번의 폐수종이 또 온다면… 너를 더 이상 아프게 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었어

너를 포기한 건 아니고 어쩌면 우리의 욕심 때문에 고통스러운 너를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더라고


근데 어젯밤, 숨 넘어가는 너의 모습을 보니 우린 병원으로 다시 향했어

며칠 전에 마지막 약이라 생각하고 썼던 이뇨제를 썼었는데

역시나 독한지 물은 잘 빠졌지만 전해질불균형이 심하게 왔어

그래서 다른 약으로 바꿨더니 또다시 물이 찼다더라

병원은 입원을 권했어


일주일간 두 번의 병원 방문 때문인지 지칠 대로 지친 너를 병원에 두고 올 수 없었어

결국 마지막 약으로 생각하고 썼던 약을 3분의 1 용량만 증량해서 왔는데


결국 또 물이 차오르는 게 눈으로 보여

응급약을 먹이고 믿지도 않는 신에게 기도하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너를 어떻게 해야 할까?

오빠랑 언니는 혼란스러워

보호자인 우리가 이러면 안 되는데 그렇지?

이 긴 고민 속 너는 더 고통스러워질까 봐 두려워

그 모습을, 보내지 못하겠다는 마음에 눈 가리고 못 본 척할까 봐 너무 두려워

2.7kg의 작은 몸이지만, 우리의 마음속 크게 자리 잡은 네가 우리 곁에서 없어지는 것도 두려워


마음을 다잡으려고 쓰기 시작한 편지인데

나는 또 흔들린다?

직접 해주는 밥도 잘 먹고 산책도 잘하는 너를 어떻게 보내니


오늘도 나는 네가 더 살 수 있을 거란 행복한 착각을 한다

불사신이라고 별명 붙었던 초롱이가 이번에도 이겨내 주기를 빌어



어떻게 12년간의 긴 세월을 한 장의 편지로 다 담을 수 있겠니

나는 이 핑계를 대며 오늘도 이 편지 마무리를 미룰래


사랑해 초롱아

부족한 언니 오빠 때문에 네가 고생했다

그래도 맛있는 음식 먹고 좋은 곳 많이 놀러 다녔다 그렇지?

앞으로도 더 좋은 곳, 좋은 음식 줄 테니까

이겨내 줘


24.08.24 토요일


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언니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심장이 멈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