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법
재작년 여름에 한 달정도 수영을 배웠어.
다들 두려워하는 것 하나씩 있잖아. 나한텐 그게 물이었거든. 물에 빠지면 목숨은 건져야 할 거 아니야? 나 아직 20대인데. 죽으면 억울하잖아. 그래서 배웠어.
올해 여름이었지, 마요르카의 깔로데스모로라는 해변에서 있었던 일이야. 거기 해변 장난 아니게 예쁘거든. 얼마나 예쁘냐고? 왜, 사람이 죽으면 전부 자연으로 돌아간다잖아. '온 우주의 미인들은 죽어서 모두 깔로데스모로로 돌아왔나?' 싶을 정도였어. 뭐 아무튼, 다시 그날 이야기를 해보자고. 조각 같은 윤슬의 근육들이 요염하게 살랑이는데, 나도 몸 섞어 춤추고 싶더라고. 그래서 수평선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갔어. 그러곤 턱 끝까지 물이 차오를 때 즈음, 몸을 휙 돌려 하늘을 향해 드러누웠어. 적당히 뜨겁고 적당히 짭짤했던 그 공기 참 맛있었어. 그러곤 구름의 움직임을 멍하니 관찰했어.
오는 길에 사 먹은 바게트를 닮은 구름 한 덩이가 내 시야에 나타나 사라질 때 즘 적당히 목이 마른 것이, 다시 돌아가서 맥주나 한 캔 까먹으면 딱 좋겠다 싶어서 몸을 다시 휙 돌려세웠어. 근데 있지, 발이 닿질 않는 거야. 근데 또 사람들은 저만치 까마득해. 둥둥 떠있을 때 먼 곳까지 떠밀려왔나 봐.
내가 처음에 말했잖아. 나 수영 한 달 배웠다고. 바다 한가운데에 빠졌을 때 깔끔한 자유형으로 목숨 건져내는 방법 따윈 배운 적 없거든? 그럼 뭘 어째. 물에 꼬르륵 잠기며 형편없이 허우적거렸지. 심지어 너무 멀리 와버려서 옆에 아무도 없더라. 거기서 죽어버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 거지. 한 달짜리 자신감으로 죽음의 문지방을 밟아버린 거야. 그냥 애가 겁대가리 없는 정신 나간 놈인 거지.
근데 있잖아. 죽음이 눈앞에 선명해지는 순간엔 단 하나의 온전한 본능만이 내 모든 세포를 지배한다?
'살고 싶다'는 본능.
몸의 중심을 틀고 방향을 잡아 어떻게든 헤엄쳤어. 말 그대로 죽을힘 다했지. 살고 싶었거든.
어푸어푸 헥헥. 어푸어푸 헥헥. 어푸어푸 헥헥
살아지더라고.
나의 여행은 여름을 머금었고, 시들지 않는 꽃을 나의 겨울에 피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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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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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에 일렁이는 사내의 겨울을 닮은 눈을 사색한다. '이 사람도 살아지겠지?'
건조해 부르튼 미래를 부유해도 살아질 것이며, 찬기 잔뜩 머금은 길바닥에 나뒹굴어도 살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