줘도 안 되고 받아도 안 된다

기부행위 금지

by 덕변

'기부'라는 단어가 가지는 따뜻한 이미지와 달리, 공직선거법에서 등장하는 '기부행위'라는 표현은 꽤나 무섭고 묵직한 느낌을 준다. 선거철만 되면 어떤 후보가 금품을 제공했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이런 소식이 반복되는 건 기부행위 금지가 그만큼 잘 안 지켜진다는 뜻이기도 하고, 공직선거법이 금지하고 있는 기부행위의 범위가 일상적인 행동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Gemini_Generated_Image_krmmlkkrmmlkkrmm.png 이 이미지는 AI(Gemini)를 통해 생성되었습니다.


기부행위란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는 제한된다. 여기서 기부행위는 단순히 돈을 건네는 것만을 말하지 않으며, 해당 선거구 안의 사람이나 단체에게 금전·물품,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약속하거나,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 모두를 포함한다. 실제로 돈을 주지 않았어도 "나중에 드리겠다"라고 말한 것만으로 기부행위가 성립하고, 주겠다고 약속한 후 취소하거나 지키지 않더라도 이미 기부행위를 한 것이 된다.

금액의 크기도 가리지 않는다. 밥 한 끼, 음료 한 잔도 상황에 따라 기부행위가 될 수 있다.


기부행위의 주체

첫째, 누구든지 선거에 관하여 후보자나 소속 정당을 위해 기부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시기 제한은 없지만, 선거에 관하여라는 목적 요건이 붙는다. 선거와 무관한 순수한 행위라면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둘째, 정당·선거사무관계자·후보자 가족 등에 대해서는 한 단계 더 엄격한 규정이 적용된다. 선거기간 중에는 선거에 관하여라는 요건 없이, 선거와 무관하더라도 후보자나 정당을 위한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셋째, 후보자·예비후보자와 그 배우자는 가장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선거와 관련이 있든 없든, 언제든, 선거구 안의 누구에게도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시기 제한도, 목적 요건도 없다. 선거구민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서거나, 지인 결혼식에 축의금을 내는 것도 포함된다.


받는 것도 안 된다

'기부행위'라는 표현 때문에 오해할 수도 있는데, 받는 사람도 문제가 된다.

선거에 관하여 기부행위가 금지된 사람으로부터 금전·물품·음식물을 받으면, 제공받은 가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 최고 3,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심지어 제공받은 금액이 100만 원을 초과하면 과태료가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 응원차 선거사무소를 방문하면서 박카스 몇 병을 들고 가거나 직원들에게 밥을 사주는 행위 모두 원칙적으로는 제3자의 기부행위 금지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다만, 의례적인 범위 내에서, 그 자리에서 즉시 소비될 정도의 양(선거사무소의 운영에 소요될 수 있을 정도가 아닌 양)의 음료수나 다과를 가져가는 정도라면 선관위가 금지되는 기부행위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굳이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


허용되는 경우도 있다

기부행위가 제한되는 사람이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민법상 친족의 관혼상제에 축·부의금품을 제공하는 것, 평소 자신이 다니는 교회·성당·사찰에 통상적인 헌금을 내는 것, 소속 단체의 정관·규약에 따른 의무 회비를 종전의 범위에서 납부하는 것은 기부행위로 보지 않는다.

음식물의 경우 별도 기준이 있다. 후보자가 선거운동을 위해 함께 다니는 선거사무관계자에게 1인당 1만 원 이하의 식사류를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다. 의정활동보고회나 출판기념회 같은 행사에 참석한 사람에게 차·커피 등 음료(주류 제외)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안에 있는 당원과 선거사무관계자에게 다과류(주류 제외)를 제공하는 것도 된다.


정치자금과는 뭐가 다른가

정치자금법은 후보자나 정당의 정치활동 자금을 후원하는 것과 관련한 내용을 규율하는 법이다. 외국인, 국내외 법인·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개인도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 후보자에게 직접 정치자금을 건네는 건 금지된다. 특히 1회 120만 원을 초과하는 후원금은 실명이 확인되는 방법으로만 기부할 수 있다.

지인이 출마했다고 해서 선거비용으로 쓰라며 현금을 건네는 것도, 회사 법인 계좌에서 후원금을 입금하는 것 모두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 후원금을 내고 싶다면 반드시 후원회를 통해야 한다. 후보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경우에는 후보자가 30일 이내에 후원회 회계책임자에게 전달하는 경우에 한하여 적법하게 처리된 것으로 본다. 직접 현금을 건네는 방식은 그냥 피하는 게 낫다.

※ 후보자에게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 현금이나 금품을 건네는 행위는 크게 보면 선거에 관하여 후보자를 위해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행위는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 규정과 정치자금법을 동시에 위반하게 될 수 있다.




공직선거법이 기부행위를 이렇게 엄격하게 규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선거가 후보자의 능력과 정책으로 평가받는 자리가 아니라 자금력을 겨루는 판이 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밥 한 끼, 봉투 하나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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