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읽고 싶고, 돈은 없고, 이웃님들 책은 계속 나오고, 신간이라 도서관에 없고. 서글퍼졌다. 그래도 도서관에 책은 많으니 우선 다른 책 열심히 읽자. 좀 늦게 읽어도 되지 뭐. 그런데 이웃님께서 내 생각이 났다며 책을 선물해주셨다. 그것도 저자 싸인이 들어간 걸로. 아. 감사할 거리가 떨어질 즈음에 이렇게 큰 감사를 선물로 주셨다.
책의 저자는 수학선생님이다. 뭐든 잘하는 사람 존경하지만, 수학 잘하는 사람 정말 멋있다. 특히 여자가 수학 잘하면 캬~ 너무 멋지다. 그런데 글도 쓰신다고?
"엄마도 죽는다."
이 파트에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책의 저자는 아기를 낳은지 한 달만에 암수술을 받아야 했다.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고들 하지만 본인이 아닌 이상 위로가 될 수 없다. 한 달 된 신생아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수술받으러 가야 하는 상황. 엄마라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를 많이 고민하고 책으로 풀어내신 것 같다.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
사실 내 엄마는 나를 대충 키우지 않았다. 꼼꼼하고 완벽한 사랑으로 키웠다. 여러 어른들이 증언하신다. "너 어렸을 때 니 엄마가 너를 얼마나 예쁘게 키운 줄 아니? 아빠는 또 어떻고." 내가 생각해도 나의 어린 시절은 반짝반짝 했다. 그런데 정작 엄마 당신의 삶은 돌보지 못한 것 같았다. 그것이 자식새끼들 때문이었겠지만 그걸 깨달았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가지고 와도 목구멍에서 못 넘길 때 자식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암이라는 병은 열심히 간병을 한다고 해서 좋아지는 병이 아니었다. 삼켜서 소화하고 영양분을 흡수해 암과 싸워내는 일은 온전히 엄마몫이있다. 엄마는 살아있는 게 아니라 죽어간다는게 더 맞는 말 같았다. 음식을 못넘기는 와중에도 엄마는 무언가 굉장히 억울해하고 슬퍼했는데, 물어봐도 대답을 해주지 않았지만 내 마음대로 생각해보면 엄마의 인생이 없었다는 것에 대한 회한이 아닐까 싶다.
"지금 아이와 행복할 수 없다면,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없다면 나는 삶의 그 어느 순간에서도 행복할 수 없다."
엄마가 자식에게 꼭 해줘야 하는 것, 엄마의 사랑은 충분히 주되,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도 해줄수는 있는 것들, 어차피 혼자 해 나가야 하는 것들은 좀 대충하기로 했다. 24시간 안에서 사랑만 할 시간도 모자란데, 완벽한 이유식 만드는 데 시간 다 쏟고 먹이는 데 시간 다 써버리면 웃고 행복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엄마도 죽는다는 것, 나란 엄마도 죽을 수 있다는 것. 그럼 내가 아기에게 꼭 주고 싶은게 뭘까, 꼭 가르치고 싶은게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 두시간 걸려 만든 이유식보다는 사랑을 주고 싶다. 화려한 교구로 무언가를 가르치기보다는 행복을 가르치고 싶다.
공감가는 구절
"엄마는 지금 이순간 행복해야 한다. 남편이 일찍 들어오면, 아이가 기저귀를 떼면, 시험성적이 오르면, 집안의 수입이 조금 더 늘어나면, 집을 사면 등등의 조건을 단 행복의 상황과 그들의 변화 여부에 따라 나의 행복이 결정되는 것이다. 능동적이지 못하다."
" 첫째는 셋째처럼, 둘째는 넷째처럼 키우겠어."
"나를 바꾸기 위해 절실히 필요햇던 것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내가 본 아이들의 학습된 무기력의 원인은 바로 완벽을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었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오히려 머리보다 순간순간의 감정을 조절하는 일이다."
"가까이 있는 가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일은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그들의 말에서 과거의 상처들을 떠올릴 때 상대의 말을 오해하거나 과민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그 뒤엔 항상 감정의 소모와 죄책감이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