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하듯 나무 꼭대기에 몸을 숨기고 있는 오랑우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Palau Sumatra)의 북쪽, '북 수마트라(North Sumatra)'지역의 정글에는 '오랑우탄'이 살고 있다. 수마트라 섬에서 가장 큰 도시 메단(Medan)에서 승합차를 타고 3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작은 도시 부킷라왕(Bukit Lawang). 부킷라왕으로 모인 세계 각지의 배낭여행자들은 오랑우탄을 만나기 위해 정글로 향한다.
0 장소 :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부킷라왕.
부킷라왕은 대도시 메단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메단에서 부킷라왕으로 가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 군데군데 패인 아스팔트 도로를 달리는 승합차에서 느껴지는 덜컹거림. 그나마 이런 덜컹거림은 괜찮은 편이다. 큰 도시를 빠져나가면 아스팔트 도로는 사라진다. 움푹 팬 비포장 도로 위. 자욱한 모래 먼지 속을 지나는 승합차에서는 속이 울렁거리는 것은 기본이고 숨조차 쉬기가 힘들다.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여정의 끝. 부킷라왕에 도착하면 이 모든 과정을 잊게 된다.
부킷라왕은 오랑우탄을 만나러 가기 위한 베이스캠프다. 부킷라왕에는 공인된 '정글 가이드' 들이 있으며, 그들은 여행자들을 이끌고 정글로 들어간다. 정글에 들어서는 여행자들은 '오랑우탄'을 빨리 만나 볼 수 있기를 바라지만 반드시 오랑우탄을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드넓은 북스마트라 정글 속에 살고 있는 오랑우탄의 수가 약 7,000마리 정도 될 것으로 추산되지만, 그마저도 확실하지 않다. 공식 문서 상에는 '수마트라 오랑우탄'의 개체수가 4,000마리가 채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면서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동물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심각한 멸종 위기"라는 말은 정글을 찾은 여행자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더욱이, 오랑우탄들은 대체로 사람과 멀리 떨어져 있기를 바란다는 것은 부킷라왕을 찾는 여행자들을 심란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운이 좋으면 '사람을 좋아하'는 오랑우탄을 만날 수도 있다"는 정글 가이드의 말은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된다.
정글에 들어서면 모두들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이어나간다. 나뭇잎이 바스락 대는 소리. 정글 가이드의 손짓에 여행자들은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숨 죽인 채 주위를 살핀다. 정글 가이드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오가며 나무 위를 살핀다. 오랑우탄의 모습을 찾기 위한 노련한 움직임. 숨바꼭질하듯 나무 꼭대기에 몸을 숨기고 있는 오랑우탄. 여행자들은 오랑우탄이 움직여주길 바라며 나무 위를 응시한다. 우리 팀은 운이 좋게도 정글 탐험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랑우탄 여러 마리와 마주쳤다. 한 마리는 사람을 좋아하는 녀석이라, 여행자 무리를 따라오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다.
정글에서는 오랑우탄 말고도 다른 볼거리들이 많다. 마을에서 정글 속으로 오랑우탄을 찾아가다 보면 여러 가지 풍경들을 만날 수 있다.
고무나무에서 고무를 추출하는 모습. 나무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긴팔원숭이. 오랜 세월을 견뎌온 고목과 독버섯 등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식물들을 볼 수 있다. 오랑우탄을 만나러 가는 길에 맞닥뜨리는 정글의 다양한 풍경 덕분에 정글 탐험은 결코 지루해질 틈이 없다.
정글 가이드는 여행자들을 이끌고 숲 속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천천히 움직인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오랑우탄이 숲 속에서 천천히 자리를 옮기듯 여행자들도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숲 속에 모여 앉아 도시락을 까먹고 나면 각자 다른 길을 향해 나아간다. 숲 속에서 빠져나오는 사람. 하룻밤을 보내는 사람. 이틀 밤을 보내는 사람이 있다. 숲 속에서 3일, 4일 그리고 그 이상을 보내는 여행자도 있다. 정글에서는 모든 것이 천천히, 그리고 차분하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