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감이 사라진 글쓰기 87일 차의 기록
요 며칠 글쓰기 주제가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고 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귀찮아서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갔다 왔고, 연휴 분위기에 리듬이 깨졌다고 단정했습니다. 헛똑똑이의 전매특허, 귀차니즘이 또 시작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오늘로 글쓰기 87일째, 즉 86편의 글이 작성이 되었습니다. 첫 시작은 지나가면서 보고나 느끼고 깨달았던 소재들로 글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통찰이나 헛똑똑이만의 철학으로 채워져 가며 필터 없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초심과 떨어져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앞서 갔습니다.
“지나가는 모든 일상이 헛똑똑이의 글 소재다. “
글쓰기 첫날 헛똑똑이 글의 방향성이었지만, 무뎌졌던 것 같습니다. 처음 글쓰기의 장벽은 누군가가 날 어떻게 평가할까? 였지만 지금은 이 글로 평가를 잘 받아야 해라는 태도가 화수분이었던 소재가 메말라졌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초반 한 편의 글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50일쯤 지나자 글쓰기의 난이도는 낮아졌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성취감도 함께 낮아졌습니다. 헛똑똑이는 콘텐츠의 축적이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쌓이고 쌓인 글을 언젠가 요약해 영상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계속 쌓아가기만 할 뿐, 끝이 보이지 않는 축적 앞에서 조금씩 싫증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헛똑똑이는 지금 이 구간을 어떻게 통과해야 할까. 잘 쓰고 싶은 욕심은 나쁜 게 아닙니다. 다만, 욕심이 방향이 아니라 기준이 되는 순간 문제가 시작됩니다:
처음엔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졌습니다.
그 미묘한 차이가 글을 무겁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성취감이 낮아진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어렵게 한 편을 완성하던 시절에는 한 줄 한 줄이 전진이었습니다. 지금은 익숙함 속에서 전진이 아니라 반복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축적이 반복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야말로 진짜 축적이 시작되는 구간이 아닐까.
헛똑똑이는 지금 지루함을 통과하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재능이 아니라 구조로 버티는 시간.
의욕이 아니라 습관으로 쌓는 시간.
어쩌면 글이 안 써지는 게 아니라, 글쓰기의 다음 단계에 서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