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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전드 박편 Dec 12. 2019

[레전드매거진] 박재범 마초스튜디오 대표


[박재범, 음향 업계의 고수]

이태원에 위치환 마초 스튜디오의 운영과 녹음, 믹싱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박재범 프로듀서는 미국 ‘Grove School of music’ 수료하고 ‘L.A recording workshop’에서 기초 녹음을 과정을 수료했다. 귀국 후에는 공군 군악대 녹음병으로 군 복무했고 지금까지도 녹음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현업에 종사하면서도 상명대학교 대학원 ‘뮤직 테크놀로지 레코딩’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동 대학원 ‘뉴미디어 음악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상명대학교 공연 영상미술학부 겸임교수,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창작음악과 강사, 서울 재즈 아카데미 음향 전공 강사 등 후배 양성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는 마초 스튜디오의 박재범 프로듀서를 만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그가 펼치고 있는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마초 스튜디오 박재범 프로듀서]

안녕하세요. 사운드캣을 사랑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음악인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이태원에 있는 ‘마초 스튜디오’라는 레코딩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으며 레코딩 산업의 블루오션 분야인 ‘군가’와 ‘국악’의 녹음과 마스터링, 음반 제작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군가와 국악을 전문으로 했던 것은 아니구요, 예전에는 ‘데프콘’ 등 힙합 뮤지션과의 작업을 주로 했습니다. 최근 음향기기와 녹음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부분의 힙합 뮤지션들은 자체적으로 스튜디오를 갖추고 작업을 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는 비단 힙합 뮤지션만은 아니고 많은 엔터테인먼트 회사 역시 자체적인 녹음실을 구비하다 보니 외부 녹음실의 사용 빈도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죠.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밀집되어 있는 강남 지역에 유난히 많은 녹음실이 있었는데, 최근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문을 닫는 녹음실이 부지기수입니다.


레코딩 스튜디오를 오랜 기간 운영해온 저에게도 충격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고, 실제로 많은 레코인 엔지니어들이 이 분야를 떠나거나 아예 한국을 떠나신 분들도 많습니다. 녹음이라는 특수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전문적인 레코딩 엔지니어 일거리가 줄어들면 대체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아예 다른 일을 찾아볼 수밖에 없는 전문 엔지니어가 대부분인 산업의 특성 때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저 역시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특히 저희 마초 스튜디오는 강남이 아니아 이태원에 자리 잡고 있었죠.


대부분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강남에 있기 때문에 그들은 이동이 쉽고 추가 녹음을 위한 방문이 용이한 강남 지역의 녹음실을 선호했습니다. 녹음 산업의 불경기 이전부터 저희 마초 스튜디오는 다른 녹음실에 비해 위치상 취약함을 안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위치상 취약함으로 인해 저는 다른 스튜디오보다 더 치열하게 생존하려 애를 써왔던 것 같습니다. 다른 녹음실보다 더 많은 선택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장비를 최고로 유지했고, 또 저의 지식과 노하우를 축적해 왔습니다.


마이크부터 콘솔 등 녹음 스튜디오를 꾸밀 수 있는 모든 장비의 구비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쉬워지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이런 변화에 따라 ‘그들만의 리그’로 평생 자리 잡을 줄 알았던 ‘녹음실’의 필요성도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죠.



저는 이런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장비보다 사람이라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기보다 저 자신을 업그레이드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작은 바로 ‘교육’과 ‘학습’이었죠.

여러분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이 레코딩 엔지니어라는 분야는 딱히 경력을 뒷받침해줄 근거 자료나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 실정입니다. 그저 주변 지인의 인맥을 통해 일거리를 찾고 서로가 서로의 경력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시스템이었죠.


하지만 레코딩 스튜디오 산업의 축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저 자신의 ‘스펙’을 업그레이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판단했고, 저는 상명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뮤직 테크놀로지 레코딩’ 전공의 석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어 동 대학원 ‘뉴미디어 음악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박사학위까지 받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은 단 한 가지 이유에서였습니다.


레코딩 엔지니어를 더 못하게 되어도 후진양성을 위한 ‘교수’ 일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서였습니다. 저는 현재 총 4개의 교육기관에서 교수와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지 못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주변에서도 오랜 경력을 가지신 분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도전하려 하지만 그들에게는 ‘학위’라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지금의 상황에 빠르게 대처했던 제가 운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학위’라는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하시는 분들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엔지니어분들은 현 상황에 포기하고 아예 다른 일을 찾는 분들이 더 많은 실정입니다. 그나마 다른 일을 찾는 분들은 나은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 경영난에 고심하다 잘못된 선택을 해서 사기를 당하거나 의도치 않게 나쁜 일에 휘말리는 경우도 있죠. 녹음실을 찾는 사람만 기다려야 하는 녹음실의 특성상 영업을 하거나 녹음할 사람을 찾아 사업을 영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힙합을 비롯한 대중음악의 녹음 수요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직감한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죠. 그 과정 역시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이유는 저 역시 대중음악 녹음으로 사업을 영위해왔던 한 사람이기 때문이었죠.



어느 날 정말 우연한 기회에 제가 군대에서 군악대 녹음병으로 일했던 경험을 살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녹음병으로 일을 하며 그 어느 누구도 경험할 수 없는 녹음에 대한 깊이 있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죠. 또 군악대 연주를 최상의 퀄리티로 녹음해 낼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있었습니다.


군악대 녹음은 입찰로 이루어집니다. 이 입찰 자격 역시 까다로웠습니다. 일단 입찰자는 군악대 출신 이어야 했고 군악대에서 녹음병으로 일을 했던 사람이 우선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조건을 완벽히 충족할 수 있는 경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 입찰 신청 자격 요건 중 하나는 군악대의 인원이 동시에 녹음할 수 있는 충분한 크기의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었어야 했습니다.


마초 스튜디오는 대략 50여 명의 인원이 한 번에 녹음할 수 있는 넓은 녹음 부스를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군악대 녹음에 필요한 필수 조건을 갖춘 저는 이렇게 저만의 ‘블루오션’ 시장을 찾게 됩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아무리 넓은 공간을 갖춘 스튜디오라 하더라도 군악대 녹음병 출신의 엔지니어는 찾기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군악대 녹음병 출신 엔지니어가 있더라도 우리 마초 스튜디오처럼 군악대가 녹음하기 충분히 넓은 부스를 보유하고 있는 엔지니어가 없었다고 하더라구요.


저와 마초 스튜디오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하나의 군악대 녹음을 완성하 고나니 입소문을 타고 여러 군악대 녹음 일이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마초 스튜디오’에는 군악대 녹음 전문 스튜디오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 하나의 블루오션 시장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것은 바로 ‘국악 오케스트라’ 전문 녹음이었습니다.


마초 스튜디오에서 수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군악대 녹음이 가능하다면 이 또한 가능할 거라 확신했습니다. 국악과 관련된 단체부터 개인까지 일일이 찾아다니며 국악 오케스트라 녹음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 확보를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현재 마초 스튜디오에서는 국악 오케스트라 녹음까지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단순한 저의 성공스토리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글을 많은 음향 엔지니어분들께서 읽고 공감하셨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우리가 끝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저만이 할 수 있는 ‘블루오션’ 시장을 찾아냈기 때문입니다.


각자 자신의 경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고민을 해보면 분명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실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물론 최소한의 요건은 충족할 수 있도록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수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은 분들은 교수 일을 할 수 있도록 박사 학위에 먼저 도전하시길 권합니다. 한국 사회의 특성상 우리 엔지니어들을 증명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얼마만큼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지, 또 얼마만큼의 음향적 지식이 있는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그들이 우리를 판단하는 것은 오직 ‘학위’ 하나입니다. 이는 제가 사회를 삐뚤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제가 교수와 강사 일을 하게 되면서 겪어야만 했던 진실에 근거해 드리는 말씀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학력의 업그레이드는 필수 조건입니다. 저는 제가 군악대 녹음병 출신이었기 때문에 군악대 녹음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이 분야를 제 사업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여러분도 개개인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내실 수 있습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위기를 위기라 생각지 않고 또 하나의 기회라 생각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그리고 음향인과 뮤지션, Youtuber 등 새로운 매체를 통한 소통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체널 개설 및 음향과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유튜브 체널 이름은 youtube.com/sirmacho 입니다. 현재 2000명 정도의 구독자가 있습니다. 음향과 음악에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운드캣 ‘레전드 매거진’을 통해 저의 이야기를 전해드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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