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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Jun 02. 2024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 친구

함께 꿈을 꾸는 자, 즐거움을 나누는 자, 친구

요새 재밌는 드라마가 너무 많아서 보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여겨보는 드라마가 있는데 바로 '커넥션'이다. 커넥션은 믿고 보는 배우 지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로 마약과 관련된 사람을 잡는 형사가 어떤 세력에 의해 마약을 강제로 복용하게 되는데 배후세력을 찾는 얘기다. 흥미로운 것은 연관된 사람들이 고등학교 친구라는 점이다. 아직 밖에 방영되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동창들이 좋지 않엮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드라마를 보면서 나의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이 났다. 아니 고등학교 친구들이 생각이 났다. 드라마 자체는 좋지 않은 일들로 엮인 고등학교 동창들의 얘기였지만 그런 것을 떠나서 그냥 그 시절의 나, 그 시절의 친구들이 생각이 났다. 드라마 내용과는 별개로.  


마침, 퇴사하고 재입사를 앞두고 있고 그 와중에 얼추 바빴던 것이 끝나고 망중한을 보내고 있던 터라 생각난 김에 고등학교 친구에게 연락을 해보았다. 은근히 떨리기도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대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고향에 내려가서 만나고 그렇지 못하면 매해 명절 때 안부인사라도 해왔지만 사회로 진출하고 나서는 물리적인 거리만큼이나 생활반경이 다르다 보니 몇 년 전부터는 그마저도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나대로 친구들은 친구들대로 자기 자리에서 잘 살고 있으리라는 마음은 늘 있었다.  


"친구야, 잘 지내고 있지?" 


명절도, 새해의 시작도, 크리스마스도 아닌 뜬끔없는 시점에 갑자기 보내게 되어 나 스스로도 놀랐다. 어릴 때는 하루가 아니라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하고 거의 붙어살던 친구들인데 몇 년 만에 연락하려니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 다른 목적이 있어서 연락했다고 오해하는 것은 아닐지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전화가 왔다. 그 친구였다. 그리고 우리는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자연스럽게 통화했다. 알고 보니 친구는 일정이 있어 밖에 있어서 오래 전화를 할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러운 메시지였지만 너무 반가워서 전화를 했다고.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니 그 시절과 함께 그때 우리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유난히 친구들을 잘 챙기고 뭐든지 열심히 했던 이 친구는 나의 생각대로 여전히 열심히 잘 살고 있었다. 함께 친했던 친구들을 얘기하니 더욱 그 시절이 그리웠다. 


부모님께서 아예 고향에서 올라오셔서 이제는 고향에 갈 기회가 없어져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다행히도 새로 가게 될 회사에서 출장으로 고향 근처에 가게 될 일이 생기게 될 것 같아 그때 만나서 회포를 풀기로 했다. 


"그때 꼭 연락 줘, 무슨 일이 있어도 일정 조정해서 너 보러 갈게"


친구의 마지막 이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었다. 바쁘겠지만 그래도 계속 연락하자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물론 고등학교 때처럼 다시 연락하기는 쉽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몇 년 만에 전화해도 반갑게 얘기하고 어색함 없이 줄줄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가 친구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장 꿈 많던 시기 동시에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지 몰라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같이 웃고 울면서 함께 했던 친구였기에 지금은 물리적으로 멀리 있어도 예전만큼은 연락은 못해도 늘 마음 한구석에는 든든하게 차지하고 있었다. 


내친김에 다른 친구들에게도 연락을 해보았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로 서로가 바빠지면서 다소 만남이 소원해졌는데 오랜만에 연락해서 얘기를 하다 보니 그때 말했던 자신들의 계획, 목표들을 다 이루고 나가고 있었다. 나 포함해서. 그리고 내친김에 만나기로 했다. 


인디언 속담에 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친구란 '슬픔만이 아니라 기쁨, 즐거움, 꿈을 공유하고 함께 나아가는 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시간 동안 천천히 그동안 못 봤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야겠다. 충만한 6월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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