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쓰고 또 쓴다.
확실히 나이 들어서 하는 이직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어릴 때는 딱딱 붙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경력이 있어도 쉽지가 않다. 그나마 서류전형은 대부분 통과가 되는 편인데 무슨 면접이 그렇게나 복잡한지 토론면접이니 역량면접이니 PT면접이니 하며 2차, 3차를 치르는 통에 면접 방식을 익히는데만 해도 벅차다.
이리하야 지금까지 2번 넣어서 두 번다 최종까지는 갔으나 둘 다 보기 좋게 떨어졌다. 첫 번째는 좀 생소한 업무 방향으로 가다 보니 면접에서 대답 자체를 잘 못했고, 두 번째는 작성하는 것도 그렇고 대답하는 것도 몇 가지 빼고 괜찮았다고 생각했는데 대답 못한 몇 가지가 크리티컬 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나보다 더 나은 지원자가 있었는지 결국 되지 않았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느낀 건데 실제 업무를 추진하는 것과 면접에서 물어보는 역량이 참으로 괴리가 크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하며 이직을 준비하는 거라 나름 전문가라고 하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면접에서 진행되는 질문들은 실제 일하면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거나 필요하지 않은 수박 겉핡기식 질문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공정성, 청렴성을 위해 외부 심사위원을 두고 채용을 진행하는데 그 외부 심사위원이 그 기관에서 업무가 어떻게 추진되는 프로세스를 모르는데 무슨 질문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PT면접 역시 이 분야에서 이 업무를 하면서 PT를 한 적이 거의 없는데 이 면접만을 위해 준비하는 게 참 힘들었다. 천편일률적인 면접 방식에 실제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면서 질문을 해대는 외부위원들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왜 대답을 못했지 보다는 '이런 질문을 한다고?'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대뜸 프로세스를 외워보라던가 단순 암기해야 하는 것들을 질문한다던가. 어떤 업무를 추진했고 이곳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업무를 추진할 것인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지원했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하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10여 년 전, 지금 직장에 올 때도 물론 면접도 있었고 실기도 있었다. 적어도 그때는 실제로 추진하는 업무를 직접 쓰는 실기 시험을 쳤다. 면접도 이전에는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을 추진하는지, 여기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어서 딱 업무에 대해서만 준비했고 합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그런지 온갖 면접 방식이나 기술은 도입하는데 그것으로 그 사람의 역량을 얼마나 측정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 암기가 필요한 것을 외웠다고 해서 업무 간 발생하는 갈등을 잘 해결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잘할 수 있을까? 유연성을 발휘해서 더 나은 상황으로 이끌 수 있는 것일까? 또한 K-직장인이 업무하면서 얼마나 창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런 질문을 하는 면접위원들은 매사 사람들을 깜짝 놀랄 창조적인 행동을 하는지 일일이 단순 암기해야 하는 항목들을 외우고 다니면서 업무에 활용하는지 묻고 싶다. 단순 암기 수치들은 자료를 보면서 충분히 작성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만한 자료 자체를 작성할 능력이 있냐 없냐이지 않을까?
물론 이 모든 것은 나의 역량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그러나 아쉬운 것이 떨어져도 내가 부족해서 떨어졌구나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겠다가 아니라 새로운 면접 방식을 익혀야 하고 누가 누가 더 잘 외우는지 누가 정형화된 답변을 잘하는지를 과연 따라야 하는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른다고 바뀐 면접에 적응해야겠지.
개인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극한 상황에 사람을 몰아넣고 누가 누가 역량을 더 발휘하는가를 겨루는 게임과도 같은데 어떤 이는 천천히 시간을 가져야 역량이 발휘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꼼꼼히 살펴보아야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들은 천편일률적인 미션에 사람들을 몰아넣고 한정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이런 말은 그렇지만 오디션 때 우승한 사람들이 그 이후에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오히려 높은 순위에 들지 못했지만 나중에 역량을 드러내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하는데 아마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 기계적으로 진행하는 면접 방식은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단계는 많아지고 한 사람이 치러야 할 부담감은 더해지는데 결국 누굴 위한 면접인지에 대한 고민이 되었으면 좋겠다. 실제 조직 생활을 잘하고 일을 잘하는 건 함께 하는 구성원들이 누구냐 어떤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가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그런 부분이 좀 더 고안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또 쓰러 가야지. K-직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