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하지 않는 내공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던가.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 국가대표가 보여준 모습들은 이 한 마디로 귀결될 수 있다. 결코 승산이 없다고 모두가 생각한 환경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3차전 승리와 함께 16강 진출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단 9퍼센트의 가능성이었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마음이 꺾이지 않기란 쉽지 않다. 반복되는 좌절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언제나 그 상황에 직면할 때면 적응되지 않고 겪게 될 때마다 마음이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기까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해의 마지막을 장식해 줄 결과가 발표 났는데 떨어졌다. 내심 기대하고 잘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 자리가 아니었겠지 쉽다가도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다행히도 저녁을 먹으면서 실컷 웃고 떠들고 난 뒤에 결과를 알게 된 터라 다행이었다. 그전에 알게 되었다면 저녁도 못 먹고 마음 편이 놀지도 못했을 것 같다.
인생은 이렇듯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가 참 쉽지 않다. 잘 가는 것 같다가도 연이어 벽에 부딪칠 때면 어쩐지 세상이 내 편이 아니라 방해물로 작용하는 것만 같고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 인생의 정답을 알고 있는 내비게이션이 있어 그것을 따라 쭉 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태생이 길치인지라 설사 인생의 행로를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이 있다 해도 어쩐지 이리저리 헤맸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예견된 건지도 모르겠다.
딱 오늘까지. 좌절하는 마음은 오늘까지이고 다시 새로운 길을 모색해보려 한다. 안주하고 순응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끊임없이 뭔가를 도전하고 또 도전할 때 인생의 다른 길이 반드시 열린다고 믿기에 다시 주섬주섬 일어서서 뭔가를 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거다. '내가 모르는 아주 거대한 플랜이 있는데 나는 지금 약 2막 좌절 구간에서 그저 헤매는 것이다. 그 스퀘어를 깨야 반드시 3장 성공장에 다다를 수 있는데 올 하반기만 해도 셀 수 없이 좌절했으니 이제 한 장만 넘기면 3장이 될 것이다'라고.
늘 편하고 쉬운 길로 가려는 자체가 어쩌면 욕심이었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아주 운이 좋은 것이었는데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좌절하고 세상을 원망하는 대신에 나를 돌아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비축해 본다.
마침 한 해를 정리하는 연말이다. 그래서 정리해 보자면 올 한 해는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결국 이루지 못한 한 해였다. 노력에 비해 실속은 없었고 인간관계 갈등을 겪었으며 몸도 유난히 많이 아픈 등 뭔가 얻는 것 없이 기력만 쏟아낸 한 해였다고 평할 수 있다. 반면 다른 측면에서는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계속 고민하고 도전하고 좌절했지만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웠고, 갈등이 있는 인간관계에서 회복하는 방법을 터득했으며, 좌절의 순간에도 움츠리고 있기보다는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 해였다. 이렇듯 같은 한 해를 보냈어도 이 해를 어떻게 평가하고 다음 행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따라 다음 단계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올 해는 뭔가를 준비하는 한 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익혀나가는 시기로 여기면서 새로운 해를 준비해야겠다. 그런 마음을 먹고 나니 이유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다시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다.
이틀 밤만 지나면 2023년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다. 우리가 알던 흰 토끼가 아니라 검은 토끼라서 그런지 더욱 신비스럽고 색다른 느낌을 준다. 새해가 주는 기운처럼 새로운 일에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신나고 활기차게 뛰어다녀야겠다. 그렇게 깡충깡충 뛰면서 도전하면 분명 한 뼘 더 성장하고 다른 지점에 도달해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