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너에게도 그랬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 참 예쁘다라는 생각을 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생각.
어린 시절부터 보아 온 수많은 돌들은 말 그대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그냥 돌이었을 뿐 한 번도 돌이 예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수석을 보고도 왜 저런 돌을 수집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누군가가 몽돌이라고 했다.
이리저리 찾아보니 몽돌이라고도 하고 뭉돌이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맨발로 그 위를 걸으면 굉장히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진다고도 했다. 일찍 알았다면 한 번 그 위를 걸어볼 수 있었을 텐데.
언젠가 왼쪽 손목에 작은 화상을 입은 적이 있다. 화상 연고제를 바른 직후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그때 입고 있었던 옷과 책상과 소파 곳곳에 연고 자국이 나 있었다. 왼쪽 손목이 나도 모르게 곳곳에 닿았다는 얘기다. 다르게 보면 그만큼 나도 모르게 왼쪽 손목은 나의 일생생활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겠지.
언제나 그렇듯이 그리고 누구나 그렇듯이 나는 혹은 우리는 주변에 항상 있는 것들에 무관심하다. 내가 무관심하더라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처럼, 그 모습 그대로 있을 것처럼 그냥 그렇게 스쳐 지나간다. 마치 끊임없이 밀려 들어오는 파도를 오랜 시간 동안 자기 자리를 지키며 온 몸으로 받아낸 뭉돌을 보는 것처럼.
뒤돌아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다른 얘기를 들을 수 있을 텐데.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텐데.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을 텐데.
어쩌면 너에게도 그랬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옆에 있었기에 언제나 옆에 있을 거라는 불확실한 확신으로 너의 다른 얘기를, 너의 다른 모습을, 너의 다른 느낌을 애써 외면했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처음부터 그냥 내 옆에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흐릿한 판단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태종대를 다시 가게 되면 꼭 맨발로 그 위를 천천히 걸어 보고 싶다. 발바닥을 지나 온몸으로 퍼지는 부드러움을 느끼며 이제는 내 곁에 없는 너라는 존재를 떠올리며 잘 지내냐는 안부를 오랜 시간 동안 묵묵히 한 자리를 지켜온 뭉돌들의 사이사이에 묻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