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것에 대한 욕심은 ‘그 것’의 본질마저 바꿔 버린다.
아주 이따금씩.
많지도 않은 짐을 정리한다고 넓지도 않은 집을 뒤집어 놓을 때가 있다. 모으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그래서 버리는데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는 요즘이지만 원래부터 물건 같은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성격 탓에 그다지 버릴 물건이 많이 있지도 않다.
애초에 물건에 대한 개인적인 개념자체가 ‘필요할 때 그 필요를 해결해주는 것인가 아닌가’라는 조금은 이상한 (?) 것이어서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가격을 아무리 싸게 해주고 아무리 덤을 더 얹어 준다고 한들 사지 않지만 필요한 것이라면 긴 시간을 들여서라도 꼼꼼하게 따져보고 비싼 돈을 들이더라도 꼭 사고 만다.
어차피 비슷비슷한 물건들이고, 쓰다 보면 다 똑같기 때문에 그냥 그럭저럭한 걸 사면 간단할 텐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그럭저럭할 걸 고르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하긴 '운명이다' 싶은 사람도 고르고 나면 운명이 아니어서 실패할 경우가 많으니 어쩌면 그럭저럭 한 사람을 골라 거기에 맞춰가는 것이 편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가.
짐 정리 중에서 냉장고 정리가 가장 손쉽다.
애초부터 딱 먹을 만큼, 혹은 무언가를 만들 만큼만 음식과 식 재료를 사기 때문에 상해서 버리거나 해야 할 음식물이 있는 경우가 극히 적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충동적으로 구매를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럴 경우 거의 변함없이 그 음식이나 식 재료를 버려야 하는 상황에 도달하곤 한다.
필요한 것 이상으로 봉지에 담게 되면 그 끝에는 언제나 낭패가 기다리고 있다.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관심 밖에 있기 마련이고 관심 밖에 있다 보니 긴 시간 동안 그냥 방치되어 그 맛과 향이 처음의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손으로 잡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 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불필요한 것에 대한 욕심은 ‘그 것’의 본질마저 바꿔버림을 알게 된다. 그리고 정작 필요할 때는 처음 느꼈던 맛과 향을 가진 새로운 것을 다시 찾게 된다.
그렇게 쓰레기 통을 채우다 사랑도 마찬가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서로에 대한 본래의 맛과 향을 잃어버려 처음의 불타는 감정은 없어져 버리고 또 다시 새로운 맛과 향을 찾아 가는 것을 반복하는 것일까라는.
불필요하게 과도한 감정으로 인해 ‘그 것’의 본질을 자기도 모르게 바꿔버림으로써 그 맛과 향이 원래의 것과는 전혀 다르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래서 결국엔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때로는 약간의 모자람 혹은 부족함의 미덕이 우리에게, 우리가 사랑을 해 나가는 데에 소중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냉장고 정리를 계속해 본다.
Leg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