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세이 #11. 꼭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by 알케이

지하철 역을 나오면서 가판대에서 Wall Street Journal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문을 하나 샀다. 그리고는 천천히 걸어 센트럴 파크 (Central Park)의 입구를 지나 조금 더 걸어 들어 갔다. 눈에 보이는 것은 넓디 넓은 잔디밭과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그나마 사람이 제일 적은 곳으로 가서는 아까 산 신문을 한 장씩 넓게 펼쳐 깔고 그 위에 누웠다. 어쩌면 신문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는 생각을 하면서. 그 신문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눈을 감자 자동차들이 만들어 내는 소음과 사람들의 감정이 담겨 있는 말소리들이 아득히 멀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설풋 잠이 들었다. 딱히 무엇을 하려고 센트럴 파크에 온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이 소중한 가을에, 센트럴 파크의 잔디밭에 누워 낮잠이나 한 번 자보고 싶었으니까. 그저 세계에서 가장 오랜 시간 일한다는 한국을 떠나, 한국만큼 바쁘게 산다는 사람들이 있는 뉴욕 한 복판에서 평일 낮에 누워 보고 싶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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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시간쯤 지났을까.

늘어지게 잠을 자고는 크게 기지개를 켜며 주변을 돌아보니 여전히 사람들은 다양한 목적으로 공원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자동차들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천천히 일어나 깔고 잤던 신문지를 주섬주섬 챙겨서 휴지통에 버리고는 공원 앞 카페로 가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한 없이 거리를 바라 보았다.


그 날 저녁, 현지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했던 일을 말해주자 그 친구가 물었다.

“그럴 거면 뉴욕까지 뭐 하러 왔어?”


그러게.

뭐 대단한 걸 하러 온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꼭 뭘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냥 난 뉴욕의 가을을 온 몸으로 느끼고 싶었다고.

늘어지게 낮잠 한 번 자면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