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세상 일은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니까
어느 순간 공기 중에 떠 있는 특유의 비 냄새를 맡을 때가 있다.
비릿하기도 하고 알싸하기도 한, 마치 막 깎은 잔디 위 혹은 뜨거운 열기 위의 아스팔트에 물을 뿌렸을 때와 비슷한 그런 냄새. 그것이 소나기든 오래 지속되는 비든 그 특유의 냄새로 비가 올 것이라 직감하는 순간 어김없이 비는 내린다.
꾸질꾸질하게든 시원하게든.
우산을 사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좀 더 빨리 목적지로 가는 것이 좋을까라는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기도 전에.
알지도 못하는 어느 가게 처마 밑에 우두커니 서서 아스팔트를 치고 흩뿌려지는 빗방울들을 멍하니 바라 볼 때가 있다. 그 사이로 바쁘게 움직이는 다양한 사람들만큼이나 다양한 신발과 발걸음들. 경쾌하거나 조급하거나 혹은 무심하거나.
과연 그들도 비 냄새를 맡았을까.
그 때 난 길을 걷고 있었다.
아니, 그냥 길을 걸었다기 보단 어느 순간 익숙해져 버린 프라하 올드 타운의 뒷골목을 느릿하게 산책하고 있었다, 라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 때. 문득 코 끝으로 느껴지는 알싸한 비 냄새. 직감적으로 비가 내리겠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어김없이 빗방울은 떨어졌고 그 순간 생경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정확히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손가락 발가락을 합해도 모자랄 만큼 봐 온 장면이지만 그 순간에는 왜 그리 생경했는지 나도 모를 일이다. 아스팔트 위로 떨어지던 동족 (同族)들과는 달리 원래의 모양새와는 전혀 다른 모습인 여러 개의 파장으로 변화하며 의도치 않게 나뭇잎을 이리저리 뒤척이게 만드는 모습.
그리고는 깨달았다. 그것이 왜 생경하게 다가왔는지를.
그 모습에서 우연찮게도 너를 발견하고 만 것이다.
나 역시도 의도치 않게 너를 뒤척이게 한 것은 아닐까라는.
언제나 세상일은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니까.
너의 감정이란 언제나 나의 외도와는 다를 수 있으니까.
이제는 의도치 않게 누군가를 뒤척이게 하지 않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그것은 피한다고 피할 수 없는 곤혹스러운 것이다.
갑작스레 다가온 비 냄새를 맡고는 비를 피하고 싶다고 피하기 어려운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