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영화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들에 너무 실망해서 직접 연재하는 영화 리뷰 콘텐츠입니다.
같은 영화라도 좀 더 깊이 있게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콘텐츠를 쓰고 있습니다.
사람의 사고방식은 대개 그 사람이 속한 준거집단의 가치관에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무엇이 옳고 그르고, 무엇은 하면 안 되고 어떤 것은 하면 칭찬을 받는 것 등의 일들은 ‘사고 (思考)’라는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 신생아 시절부터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우리는 그러한 규범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보통이란 얘기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따금씩 반란(?)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어른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효도라는 불가항력적인 가치관에 가로막혀 그런 반란들은 이내 제압 당하거나 반란을 유지하더라도 누군가에게 미안한 마음을 항상 안고 살아가게 됨은 부인할 수 없는 듯합니다.
28살에 결혼해서 30살에 딸을 낳고 마흔 살이 넘어서는 은행 융자를 받아 작지만 앞 마당이 딸린 집을 장만한 스기야마. 현모양처인 아내와 착실히 학교생활을 하는 딸까지.
어느 직장의 경리부 과장으로써 특출날 건 없지만 사회가 흔히 ‘바람직하다’라고 정의한 삶을 착실히 살아온 그는 어느 날 우연히 퇴근길 지하철 창문을 통해 사교 (볼륨) 댄스 교습소를 발견하게 됩니다.
더 정확히는 댄스 교습소 창문가에서 밖을 내려다보고 있는 미인 댄스 선생님 ‘마에’를 발견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몇 번의 퇴근길 지하철에서 몇 번 더 그녀를 발견한 스기야마는 몇 번이나 돌아서기를 반복하다 결국 그 학원에 등록하고 맙니다.
댄스를 배우라기보다는 순전히 미아에 대한 호기심으로.
하지만 당시 일본 사회의 문화 혹은 관습은 사교댄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낯모르는 남녀가 몸을 밀착해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는 것을 곱게 보지 않았으며, 특히나 결혼한 사람들에게는 ‘바람을 피우는 것’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손가락질이 가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이 스기야마는 마에에 대한 강한 호기심과 사교댄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 사이에서 치열하게 갈등을 하게 되는데 결국 미아에 대한 호기심이 이기고 맙니다.
하지만 부정적 인식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채 아내와 딸아이에게는 춤을 배운다는 사실을 비밀로 하고 말이죠.
사실 이 영화에서 마에 역할은 개인적으로 꽤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한데 선하고 착한 인상과 함께 전체적으로 단아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에 역할을 맡은 ‘쿠사카리 타미요’는 원래 일본을 대표하는 프리마돈나, 그러니까 발레리나 출신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전체적인 분위기나 춤 동작이 우아하기 이를 데 없음은 나만의 생각은 아닌 듯합니다.
(자료를 찾아보면 쿠사카리 타미요가 연기한 역할의 이름이 ‘미에’라고 하는데, 영화를 보면 확실히 ‘마에’라고 불리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누군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스기야마는 전형적인 중년의 몸치에서 춤을 배울수록 남들보다 바르게 성장해가는데 거기에는 초로 (初老)의 춤 선생님인 타마코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타마코 선생님은 춤을 처음 배우는 스기야마에게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하며 자신감을 심어 줍니다.
‘댄스는 스텝이 아니에요. 음악을 몸으로 느끼면서 즐겁게 추면 되는 거예요.’
사실 이 얘기는 [여인의 향기]라는 영화에 나온 탱고에 관한 유명한 대사인 ‘잘못하면 스텝이 엉키지요. 하지만 그대로 추면 돼요. 그게 바로 탱고지요.’라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그 편안한 마음을 바탕으로 점점 춤에 몰입하게 되고 또 그러다 보면 춤을 잘 추게 되니 타마코 선생의 얘기는 춤을 처음 배우는 모든 초보자들에게 유용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춤에 빠진 스기야마는 퇴근길 집 앞 공원에서도 스텝을 밟아 보는 등 더욱 춤에 빠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