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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제주.

by 고래씌 Nov 13. 2023

회사의 큰 행사를 앞두고 그 준비로  마음이 쫄깃하던 10월 어느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대뜸

"엄마, 11월 10일 즈음에 나랑 제주도에 갈 수 있어?"

"엄마는 언제든 좋지!" “좋아, 그럼 가자!”

후에 언니에게 들은 말이지만 엄마는 내가 요즘 마음이 허해서 자꾸 어디든 떠나고 싶어하는건 아닌지 걱정을 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얼른 따라 나섰는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아니야, 엄마. 그냥 너무 일이 하기 싫었어. 푸하하.


그렇게 얼레벌레 엄마와 2박 3일간 제주여행을 다녀왔다.금요일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타고 떠나서 일요일 저녁 늦은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으니

2박 3일이어도 마치 3박 4일인것 마냥 시간을 아주 알뜰살뜰 풍족하게 쓰고 온 것 같다.


엄마와 단둘이 여행은 2015년 교토 여행 이후 2번째이다. 돈을 벌기 시작할무렵 시집가기 전에 꼭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해봐야지 마음 먹었더랬다.

그래서 그때 엄마와 단둘이 교토로 여행을 떠났었다. 단둘만의 여행은 앞으로 어려울것이라 여기며.

하하하. 그땐 미처 알지 못한 지금의 처지.


성향이 비슷한 엄마와 나는 죽이 잘 맞는다.

가령, 홈쇼핑에서 물건을 보다가 "저것 좀 괜찮은 것 같지?" 하는 포인트가 같다거나(그래서 구매를 한다거나) 생각하고 있던 말을 꺼내고보면 "안그래도 내가 그말 하려고 했어, 너도 그렇게 느꼈니?"하는 일들.그래서인지 이번 제주 여행은 매우 설레고 즐거웠다.


우리의 일정은 새벽 5시무렵부터 시작되었다. 비행기를 타야해서도 그렇고, 이튿날엔 맛집에 대기표를 받아야해서 그렇고, 셋째날엔 마지막날이라는 아쉬움때문에 그랬다.

일찍이 시작한 여정은 여유있는 아침을 선물해주었고, 생애 처음 일출을 맞이하며 기뻐하는 엄마의 환한 얼굴을 볼 수 있게 해주었고, 브이로그마냥 동영상을 찍으며 일출봉 산책로에서 깔깔깔 배를 잡고 웃어보기도 했다. 덤으로 처음보는 멋진 우뭇가해변의 절경도 볼 수 있었다.


여행 내내 독박 운전을 하고, 일체의 경비를 결제하는 내게 내내 엄마는 미안한 기색이었다.

연신 고맙다, 고생했다, 엄마 때문에 니가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 하니 하며 미안함을 표현했다.


나는 새벽 일찍부터 나서서 하루의 회포를 풀며 간단한 맥주 한잔을 기울일 수 있는 밤까지 죽이 척척 맞는 여행 메이트를 만나 무척이나 들뜨고 신이 났다. 어딜가든 좋아하는 엄마를 보니 나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햇빛 부서지는 날씨, 변화무쌍한 제주의 하늘, 세찬 바닷바람까지도 엄마와 함께해서, 그 시간을 함께 떠올리며 나눌 수 있어서 더 없이 좋았다. 그래서 엄마의 미안함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았지만 돈도 시간도 딸리는 체력도 전혀 아깝지 않았다.


일상으로 돌아온 오늘,

나는 다시 어떤 기대로 또 하루하루를 보낼까 생각했다. 아마도 나는 또 열심히 돈을 모아 엄마와 시시콜콜한 여행을 떠날 생각에 부풀어 일상을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엄마, 내가 가자고 하면 언제든 가는거야. 알았지? 히히

엄마가 안계셔서 매끼 다양한 국밥을 먹었다는 아빠, 미안-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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