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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

by 고래씌

나는 산타할아버지를 믿는 어린이였다.

다만 할아버지께 불만이 상당히 많은 어린이였다.


유치원에서 재롱잔치를 하고 끝날 무렵이 되면 항상 산타할아버지가 오셨다.

크리스마스는 아니지만 미리 오신 산타할아버지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언제 내이름을 부를까? 이번엔 무슨 선물일까? 미미인형 세트 받고 싶다!'

앙증맞은 두손을 꼭 잡고 조마조마하며 내 차례가 되어 산타할아버지에게 달려나가면 영락없이 실망하고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그 이유는 또 팬티 세트를 선물 받았기 때문이다.


아니 왜 나는 올해 언니랑도 덜 싸우고(어디까지나 내 생각), 엄마아빠 말씀도 잘듣고 (이역시 내생각),

친구들에게도 잘해주고, 먹기 싫은 당근도 잘 먹은 것 같은데!


왜 올해도 나에게는 고작 팬티세트가 주어지는 것이란 말인가...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으며, 커다란 미미의 집을 선물 받은 친구, 로보트 세트를 받은 친구를 볼 때면 눈물이 왈칵 날 것만 같았다. 속상함을 감출길이 없어 시무룩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유치원에 엄마가 선물을 제출하는 것이라는 것을.

엄마의 취향은 팬티세트였다는 것을.

얼마나 실용적이고 가성비 좋은 선물인가! 하하하.


아직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내게 징그럽게도 팬티세트만 선물해주던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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