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법은 아주 힘이 좋다. 돈도 안 들고 어디서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함께 여행했던 친구들도 뒤돌아서는 좋다고 극찬을 하니 도전해보시길.
가끔은 너무 행복한 순간들이나 기억하고 싶은 일들이 생긴다. 특히나 여행지에서 그러한 순간들이 많이 생긴다. 그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싶은 순간엔 내가 꼭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노래에 기억을 저장시키는 것이다. 준비물은 간단하다. 한곡을 무한 재생해 줄 핸드폰과 스피커나 이어폰만 있으면 준비완료다.
평생 기억하고 싶은 그 순간, 같은 노래를 계속해서 반복해서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노래에 나의 추억이 저장이 된다. 먼 훗날 그 노래를 다시 듣게 되면 그날의 나의 기억 감정 그리고 느낌들 까지 고스란히 떠오른다.
시작은 언제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첫 추억플레이리스트의 곡은 크루시픽스 크릭의 <reunion>이었다. 막 대학생이 되었던 2011년, 해외여행을 친구와 터키로 떠났다. 아무런 정보도 찾아보지 않았던 p들의 여행이었다. 터키 첫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뭐를 해야 되는지 아무런 정보도 없어서 여행 내내 안갯속을 헤쳐가는 느낌이었지만, 같이 동행했던 분들 덕분에 추억을 엄청나게 쌓아왔던 여행이었다. 파묵칼레로 이동하는 버스 안이었던가. 이어폰을 나누어 낀 친구의 에어팟에서 이 노래가 나왔는데 너무 좋았다. 그 친구와 나는 이 노래를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긴 시간 내내 무한 반복해서 계속 들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던 것 같다. 내 여행지니 행복한 순간마다 테마곡이 생겼던 것이.
남편과의 연애시절 둘이 함께한 해외여행에서 듣던 <Save Your Kisses for Me>. 그 노래를 들으면 아스라이 그때의 기억이 소환된다. 결혼을 이 사람과 해야 할지 결정해야 했던 시기. 처음 오랜 시간 함께함에 행복했던 감정과 나의 중대한 결정에 대한 불안감, 덧붙여 그날 달랏의 상쾌한 날씨와 기후까지 아스라이 떠오르며 그 시절의 내가 생각난다.
결혼하고 함께 신혼여행지에서 듣던 <a Thousand years>. 내생에 가장 좋았던 숙소, 화려하고 컸던 풀빌라에서 크게 스피커를 틀어놓고 이 노래를 오랫동안 함께 들었다. 술 한잔하고 기분 좋은 우리는 함께 춤을 추면서 신혼여행을 만끽했다. 이 노래를 들으면 아직도 그때의 우리가 떠오른다. 그리고 그날밤 잠이 안 오는 발리의 밤을 기억하기 위해서 <서울의 밤>을 들었더랬다.
작년에 훌쩍 떠났던 제주도에서는 <외딴섬로맨틱>을 한 100번 정도 들었던 것 같다. 함께 여행하는 내내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무한히도 틀었더란다. 비 오던 제주도 그리고 그날의 공기, 그날의 행복했던 우리 가족들의 모습까지 줄줄이 노래에 저장이 된다. 아직도 딸은 이 노래를 제주도 노래라고 말할 정도고 이 노래만 들으면 '엄마 나 제주도 가고 싶어' 뭐 이 정도면 딸에게도 저장이 잘 된듯한 모양이다.
아 물론 여행에서만 저장되는 건 아니다. 6학년 아이들 졸업 전에 서로가 서로에게 편지를 써주던 시간이 있었다. 자신을 빼고 총 24명에게 편지를 써야 했기에 꽤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라서 하루에 2명씩 총 2주가 넘는 날들 동안 아침시간을 할애하여 편지를 쓰게 시켰다. 그때의 음악은 주니엘의 <내일이 아름답도록>..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마지막 즈음엔 ‘선생님 제발 다른 노래 들으면 안 돼요?’라고 말하던 아이들이었지만 아이들이 다시 언젠가 이 노래를 만난다면 내가 어렴풋이 떠오르기를..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음악에 그 순간을 저장해 보는 걸 추천한다. 약간의 지겨움과 다른 노래 듣고 싶다는 마음만 극복한다면 고스란히 나만의 추억 플레이리스트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나의 플레이리스트
터키 <reunion>
제주도 <냉탕에 상어>
베트남 달랏 <Save Your Kisses for Me>
발리 <a thounsand years>, <서울의 밤>
보홀 필리핀 <L'amour, les baguettes, Paris>
프라하 <유레카>
지리산둘레길 <Take me home, Country road>
제주도 <외딴섬로맨틱>
졸업편지 쓰기 <내일이 아름답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