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 다녀오기
혼자 부산 여행을 다녀왔다. 휴직하면 꼭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나홀로 여행을 실천한 것이다. 봄기운이 만연한 광안리 해변을 걸으며 상념에 잠겼다. 창창한 하늘과 어우러진 바다의 짙푸름은 너무도 아름다웠고, 파도는 나의 고민들을 집어삼킬 듯 다가왔다. 걱정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대양을 항해할 때 풍우와 파랑이 없을 수 없는 것처럼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몫으로 고민거리를 떠안고 산다.
내가 지닌 고민이 너무 무겁게 느껴질 땐 대자연의 장엄함을 지켜본다. 드넓은 하늘, 무한한 바다, 숭고한 산 앞에 서면 비로소 나의 크기가 가늠이 된다. 나는 그저 무한한 우주에서 먼지 같은 존재이며 세상은 너무도 넓다. 자연 앞에서 나의 고민이 작게 느껴지게 되는 의식의 전환이 발생한다.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면서 잠시 내 고민을 잊기도 한다. 삶이 건네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살면서 그렇게 삶의 농락에 당하면서도, 인간은 자연의 거룩함에 마음을 빼앗기기 마련이다.
나홀로 여행은 생각보다 고독했다. 하지만 그 고독이 주는 감각이 나쁘지 않았다. 혼자 있는 시간은 꼭 필요한 재충전의 과정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홀로 갖는 고요한 시간은 내 생각과 거리두기를 하여 관성에 젖어 있는 익숙함에서 벗어나도록 해주었고, 내면을 새로이 정돈할 기회를 주었다.
인생에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게 있고 나는 그저 휩쓸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 이런 생각이 들면 인생이 참 무의미하다고 느껴진다. 인생의 무의미함 앞에서 내가 찾아내야 하는 의미란 무엇일까. 그것은 삶의 모든 일에는 좋은 것이 존재한다는 희망이다. 절망과 마찬가지로 희망 역시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죽음과 삶. 실패와 성공. 불행과 행복.
이 암울한 현실은 절망스럽기만 한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지금은 알지 못할 새로운 행복으로 향하기 위한 기회일 수도 있다. 실패로 끝난 첫임신의 아픔은 결국 더 좋은 시기에 부모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밝혀지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억울하다고 느낀 고통 속에 구원이 있을지도 모른다. 인생은 무의미함의 연속이지만 오히려 그 무의미함 덕분에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어떤 경험이 나에게 의미 있는 것으로 남게 될지 미리 알 수 없다. 가장 성공적인 삶은 실패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삶이다. 정말 중요한 건 불행을 피하는 능력이 아니라,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지 않으면서 불행에 맞설 수 있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