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지침서 제1조 1항

#지나가는말입니다

by 라이카
"내 편일 필요 없어. 나랑 같은 편이기만 하면 돼."


'사회생활이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이렇게 말해야지, 하고 생각해 놓은 답변이다.

실제로는 아직까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 그리고 미래에도 저 문장을 직접 입 밖에 꺼낼 가능성은 상당히 낮을 것 같다.


직업적인 이유도 있지만, 어떤 사회현상과 사람을 관찰하고 분석하여 카테고리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한다기보다는 이제 의식하지 않아도 그렇게 된다. 내 머릿속의 작은 AI 자동화 시스템이라고나 할까. 취미는 당연히 아닐뿐더러(취미라고 해버리면 너무 좀 뭔가 그렇잖아) 단지 정글과도 같은 이 세상에서 나의 생존과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써 진행하는 개인적인 사유(思惟) 행위기에, 유쾌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분석을 위한 분석'은 절대 금물이다. 데이터를 가공하고 편집했으면 그를 통해 어떤 인사이트나 결론을 내릴 지도 생각해야 하며,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하다 못해 잊지 않도록 잘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를 다루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처음 배울 때 가장 주의하라고 귀가 따갑게 들었던 말이기도 하다. 즉, 앞서 말한 행위는 살면서 마주칠 다양한 사람들에 대처하는데 활용할 툴(tool)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일련의 알고리즘을 세팅해 두는 것이 내가 결론 내린 사회생활의 첫 스텝이라는 말이다. 계속 사회생활이라는 워딩을 사용하니 마치 꼰대 같기도 한데, 그냥 대충 '사람과 살아가는 법' 정도로 에둘러 정의하면 될 듯하다.


따라서 요컨대, 내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작성된, 현시점 나의 사회생활 지침서의 제1조 1항은 첫 문장과 같다.


다소 냉정한 문장처럼 보일 수 있으나, 어지간히 감정적인 사람이 아닌 이상, 어느 정도 어린 티를 벗은 사람들은 이제 ‘누군가’의 편을 들지 않는다. 단지 ‘어떤’ 편에 들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내가 서 있는 쪽에 서 있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나에게도, 그들에게도, 그리고 나와 대척점에 있는 이들에게도 가장 평화롭고도 확실한 전략이다. 개인적인 편향이라는 비난에 대한 예방책은 강력한 설득의 공격 수단이 된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나이를 먹고도 감정적인 사람은 여전히 즐비하고,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부터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 하염없이 이기적인 사람도 어느 직장이나 조직이든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사람일수록 내 편이 아닌 내가 서있는 편을 근거로 할 때 효과는 빛을 발한다. 감정적이고 자신에게 관대한 사람일수록 타인의 감정이 행동 근거가 되는 것을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보통 감정과 관계를 들먹일 때 반박한다.




이 아주 개인적인 생각의 흐름이 누군가의 직장, 회사, 일상에서의 순간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그리고 나에 대한 객관화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을 오늘도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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