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말입니다
2025.09.05
수습이 끝났다.
수습이란 건 왜 있는 걸까. 옛 사람들은 도대체 첫 3개월 동안 다들 무슨 짓들을 해댔길래 기업에서 급여까지 깎아서 일을 시킬 수 있도록 만든걸까. 직급 상관없이 무조건 수습을 두는 회사는 또 처음 봤다. 나중에 주위에 물어보니 그런 회사는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고 했다.
단언컨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3개월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프로젝트가 운좋게도 제때 끝나지 않았더라면 회사는 내 수습이 끝나기 전 내 시신을 먼저 수습해야 했을 것이다.
사실 힘든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한 단계를 마무리했다는 핑계를 만들어내며 혼자 집에서 캔맥주와 넷플릭스로 자축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이렇게도 집요하고 표독할 수 있구나, 현실에도 이런 사람이 있구나, 아니? 드라마나 3류 영화에 쓰기에도 ‘이건 좀 오반데’하고 쓰지 않을 법한 캐릭터가 오히려 현실에는 존재하는구나 등을 느낀 시간이었다.
스스로를 반성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제 거의 모든 인간 군상을 파악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소롭게도.
사실 파악을 하고 말고를 떠나서, 현실이 내 망상과 가장 달랐던 점은, 어떤 사람과 엮이고 싶지 않을수록 지독하게도 얽히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유튜브 어디선가 ‘나의 약함을 친절로 포장한다’ 는 문구를 보았다. 영락없이 내 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강자는 친절할 필요없다는 약육강식의 당연한 소리를 입장만 살짝 비틀어 놓은 문장일 뿐인데 그것이 그렇게도 콕 박혔다. '친절과 예의는 그대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라는 생각으로 항상 사람을 대하지만, 아직까지도 무례한 사람을 보면 화가 치밀어오른다. 그런걸 보면 나는 아직도 아마추어다. 벗어나려면 정말로 이 업계를 뜨던가 해야 할 것이다.
3시 24분. 택시 밖에는 비가 온다. 옆 택시는 뭐가 그리 급할까. 왜 내가 탄 택시는 저 택시를 앞지르지 못할까. 내 주위는 뭐가 그리 죄다 약할까. 나는 언제 강해질까. 강해지면 나도 무례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