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배우는 인생철학
감정은 자연과 비슷하다.
아이의 흐르는 감정을 보면 매일 마음의 환절기를 느낄 수 있다.
부드럽다가 강렬하며
맑다가 온통 뒤섞인다.
감정이라는 동물은 예부터 마음을 터전으로 살았다.
그때는 마음속 사계절 동안 번성했지만, 지금은 말살되고 있다.
감정을 과소비나 불합리한 일로 여기면서
감정 대신 콘텐츠나 일로 채우면서
감정은 멸종위기종이 되었다.
감정을 억누르고 버티는 게 어른이라는 증거일까?
겉으로 짧게 드러난 감정이 전부라고 여겼던 내가 한심했다.
생각보다 감정선은 길기 때문에 넓게 품어주어야 한다.
감정은 아날로그 형태를 띤다.
마치 유선 이어폰처럼 생긴 수만 개의 감정 꼬리가 마음에 얽혀 친친 감겨있다.
우리는 헝클어진 감정선을 잡아 걸맞은 마음 구멍에 끼워야 한다.
그래야 마음에서 퍼지는 소리가 또렷해진다.
크면서 엉킨 감정선을 모두 잘라버릴 수도 있다.
그러면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처럼 생긴 감정선으로 변한다.
전원만 켜면 쉽게 걸맞은 마음 구멍을 들추어낸다.
빠르고 단순하며 현재 시대상과도 어울린다.
그러나 감정이라고 불리는 동물에게 끼운 구멍만 주면 생존할 수 있을까?
선을 찾아 헤매는 시간이 감정을 건강하게 빚는다는 걸 아로새겨야 한다.
비만해진 감정이 멸종하는 날이 되면 나도 내 안에서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의 감정을 직접 매만지는 감정사가 마음계에서 신의 직장이 되는 그날을 꿈꿔본다.
악보에 쓴 감정선으로 연주한다면 나는 어떤 노래일까?
-깜냥스승의 제자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