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시간은 몇 명인가?
곧 여름방학이다. 초등학생들이 가장 기다리고 기다린 날. 방학 계획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인아가 한마디를 한다.
선생님! 시간이 닭같이 금방 지나가는 것 같아요. 후닭
재미있는 표현 아닌가! 절로 추임새가 나왔다. 위트 있는 말을 듣고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칠판 맨 위에 인아의 명언 한마디라고 썼더니 아이가 배시시 웃는다.
세월은 닭이다. 후다닭
멀리서 나비랑 놀던 스핑크스가 달려온다.
지금 시간이 몇 명이지?
수수께끼를 낸 건가? 시간은 사회적인 존재가 되었다. 어느 곳에서나 그를 빼고는 살 수 없다. 재테크의 자산이요. 월급을 위한 끈기요. 자기 계발의 핵심 요소요. 약이기도 하고 미래의 약속이나 과거의 추억이기도 하다. 그저 1에서 60까지의 숫자가 변할 뿐인데 그곳에서 우리는 간격을 나누어 살아가고 있다. 사람마다 시간의 가치는 다르니 시간이라는 친구는 지구인의 수만큼 많다.
내가 알고 있는 시간 친구도 몇 명이 된다. 그중 가장 강하게 나를 일깨워준 시간 친구는 ‘헛되이 살면 가만두지 않아’와 ‘조바심 내지 마’였다. 공부라는 걸 고2 때 스스로 하게 되었다. 남들이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정말 내가 하고 싶었다. 하지만 뒤늦게 공부 욕심이 생긴 터라 수능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대부분 친구들은 있는 점수대로 대학교를 입학했지만 난 꿈을 위해 재수를 결심했다. 인생의 낙오자가 된 기분이었다.
대학생인 친구들과 미래가 없는 재수생인 나. 헛되게 살았던 내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이대로 난 뒤처진다고 생각했다. 바짝 노력해서 나도 다음 해에는 대학생이 되었다. 막상 되고 나니 내가 했던 고민과 격차가 별거 아니었다. 문제는 암울한 1년의 교훈에서 깨닫지 못하고 다시 헛되이 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교사를 많이 뽑던 호황 시절이라서 대학 내내 시간을 펑펑 썼다. 그만큼 칼을 갈던 시간은 나를 용서하지 않았다.
대학교 졸업 때부터 많이 뽑던 교사의 수가 끔찍하게 줄었다. 당연히 준비되지 않았던 난 시험에서 떨어졌다. 번쩍 정신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난 무려 7년 동안 교사 임용시험을 치렀다. 하루 4~5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지만 시간은 나를 쉽게 용서해주지 않았다. 노량진에서 먹은 밥알을 일렬로 세워서 달까지 가면 용서해주냐는 상상도 해보았다. 실패한 101가지의 이유가 모여 내 청춘의 시간을 갈아버렸다.
그 당시 친구들이 노량진에 두 차례 찾아왔다. 이제는 사회인인 친구들과 미래가 없는 장수생인 나. 난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뒤처졌다고 생각했다. 친구는 내게 포기를 권했다. 그의 말이 옳았다. 객관적으로 포기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내 마음속의 목소리는 달랐다. 첫째, 난 포기를 해도 교사라는 꿈은 포기할 수 없다. 다른 직장에 가더라도 다시 교사의 길로 돌아올 것 같다. 시험을 포기해도 난 기간제 교사로 학생들과 지내고 싶다. 난 꿈대로 살 거다. 둘째, 기간제 교사로 번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만 하자. 그럼 나도 후회 없이 포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자리에서 자신과 약속했고 후회 없는 마지막 시험에 결국 붙었다. 7년의 시간은 나를 환골탈태시켰다. 매일 도를 닦고 수련하듯이 나와의 시간을 보냈고 수도 없이 나를 이겼으니 변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막상 붙고 나니 앞서 가던 사람들과의 격차가 내가 생각했던 만큼 크지 않았다. 수준이 다 거기서 거기였다. 오히려 일에 찌들고 정체된 사람들이 더 많았다. 조금만 노력해도 내가 금세 두각을 나타낼 정도였다. 시간은 내게 헛되지 말라고 한다. 조바심 낼 필요도 없다고 한다. 돌아보면 내가 끓기 위한 시간이었고 꽃을 피우기 위한 계절이 된 것뿐이다. 겸손하게 하루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면 된다. 지금은 시간의 무서움을 알기에 오늘의 행복을 후회 없이 느끼려고 한다. 나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나답게.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것도 아니고 미래에서 과거로 흐르는 것도 아니다. 시간은 우리들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프랑스 철학자
스핑크스가 내게 다시 말한다.
“잘못 말했네. 지금 시간이 몇 시이지? 배고파.” 내가 째려보자 한마디 더 한다.
“나 한쿡 동물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