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더도 테크 기업으로 이직할 수 있을까?
요즘은 소프트웨어 테크 기업이 대세인 시대입니다. 구글, 페이스북, 오라클 등 소프트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업들이 엄청나게 빠른 성장 속도와 큰 매출을 보여줍니다. 아마 누구라도 이런 테크 기업에서 한번쯤 일하기를 원하겠지만 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특히 내가 개발자가 아니면 더 더욱 꿈꾸기 힘들 겁니다. 만약 내가 현재 바텐더나 웨이트리스, 트럭 운전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데,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에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유바로(Uvaro)는 "영업" 분야에서 가능한 길을 보여줍니다.
최근 한화 약 140억의 투자를 받은 유바로(Uvaro)는 수많은 직군 중에 소프트웨어 테크 기업의 기술 영업(Tech Sales, B2B Sales)에만 집중을 한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과 호텔업계에 있는 인력이 많이 직장을 잃었지만, 고객을 응대하는 기술과 경험은 다른 분야의 영업직에서도 유용합니다. 유바로는 이런 사람들에게 테크기업에 특화된 교육을 제공하고 급여가 훨씬 더 높은 소프트웨어 업계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또한 코로나가 아니라도 유바로는 앞으로도 기술과 제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영업이 가능한 인재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을 합니다. 향후 10년간 25만명의 기술영업 일자리를 채울 인재 육성 및 취업을 타겟으로 하고 있습니다.
1. 강의가 아닌 실무 훈련, 그리고 취업 연계
유바로의 서비스는 회원제로 운영됩니다. 풀타임 학생으로 4주, 파트타임으로 12주 코스가 있고, 수료하면 우바로 수료증 및 공식 미국 세일즈협회 자격증도 제공합니다. 얼핏 보면 단순한 온라인 강의 사이트로 보이지만, 내용을 보면 데이터를 바탕으로 굉장히 세부적인 내용의 실무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온라인 강의와 교재는 기본으로 제공됩니다. 단순히 회사 메뉴얼을 보고 영업을 하는 법이 아니라, 다양한 고객 성공 스토리를 노션과 구글 다큐먼트를 통해 준비하고 누구나 검색할 수 있도록 노출시키고, 잠재고객 확보하는 법부터 데모 보여주는 법, 데이터를 활용한 피치 작성법까지 세세히 알려줍니다. 그리고 경험많은 영업직 멘토가 붙어서 1:1로 세일즈 피치를 리뷰하고 피드백을 줍니다. 줌이나 행아웃으로 15분 내에 한번도 보지 못했던 제품을 처음보는 고객에게 바로 팔아보는 연습을 반복시키고, 사소한 행동 및 억양까지 잡아주는 피드백을 통해 숙련된 영업사원으로 거듭나도록 도와줍니다. 수료 후 취업 알선도 기업의 성장 단계, 타겟 마켓, 구직자의 경험 등 세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매칭을 시켜줍니다.
영업직은 대부분 매월 또는 분기당 매출 목표량이 정해져 있습니다. 목표를 넘기면 엄청난 보너스와 커미션으로 보상이 이루어지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반면에 그러지 못했을 경우의 스트레스와 고용 불안정감도 엄청납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경우 영업직 10명을 고용하면 실적이 안 좋은 5명은 내보내고 끊임없이 영업직 채용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바로는 처음부터 목표량의 2,3배를 채울 수 있는 능력있는 영업 인재를 육성하는 것에 목표를 두었습니다. 영업인재의 고용안정성과 커리어 발전은 물론 기업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재채용을 줄일 수 있으니 서로 윈윈입니다.
2. 영업 초년생들을 위한 선 교육 후 지급 모델
유바로는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사회 초년생과 이민자 또는 다른 직장을 갖고 있다가 여러가지 이유로 영업직으로 옮기는 소위 영업 초년생을 타겟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도 기존의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훌륭한 영업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촛점을 둡니다. 그래서 수익모델도 좀 색다릅니다. 한번에 $5,000불 수업료를 다 내도 되고, $250불씩 24개월동안 할부도 가능합니다. 이것도 힘들면, 일단 무료로 수강 및 훈련을 받고 나중에 취업이 되면 할부로 내도 되는 옵션도 제공합니다. 취업이 된 이후에 24개월 동안 보너스와 커미션을 제외하고 기본 연봉의 10%만 나누어서 내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영업직은 기본 연봉이 다른 직군에 비해 낮은 반면, 목표량을 채웠을 때의 보너스와 커미션의 수입이 매우 큽니다. 이런 보너스와 커미션은 제외하고 연봉의 10%만 받으니 회원 입장에서는 지출의 부담을 많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현재 전체 회원의 2/3가 이 옵션을 택한다고 하네요.
3. 세부 직군의 세부 정보
2000년대부터 인기있는 취업사이트는 몬스터, 인디드, 잡코리아나 사람인과 같이 전 세계 모든 취업정보를 한곳에서 보여주는 서비스였습니다. 각 기업의 채용공고를 일일히 찾아보고 지원하는 것이 보통 귀찮고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 곳에서 모든 공고를 보고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지금도 편리한 서비스지만, 채용시장이 커지고 직업의 전문화가 이루어지면 요즘은 특정 직군이나 산업군에 맞춘 서비스가 점점 인기입니다. 일반적인 채용서비스로는 모든 직군이나 산업군의 구직자나 기업을 다 만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바로는 소프트웨어 기술영업이라는 세부 직군에 집중을 하고, 이 안에서도 더 세부적인 정보와 인사이트를 제공하여 어떻게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지 도와줍니다. Business Developme Rep과 Account Executive의 차이, Sales Management와 Sales Engineering의 차이. Customer Success의 역할 등, 기술 영업 직군 내에서도 세부 직업들의 차이와 커리어 개발 등의 정보와 리소스를 제공합니다.
4. 기업에게도 맞춤 서비스
기업향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는 크게 3가지입니다. 채용 서비스, 교육훈련 서비스, 세일즈 팀 빌딩 서비스입니다. 채용은 건당 미화 3,000불로 매달 나오는 수료생 중 즉시 채용이 가능한 빠른 스피드를 자랑합니다. 교육훈련은 인당 5,000불로 기업의 현재 영업조직의 쇄신이나 저실적 인원을 대상으로 합니다. 마지막으로 월 5,000불을 내면 세일즈팀을 아예 꾸려줍니다. 최고 실력의 영업직 인재는 물론 비즈니스 모델에 맞는 영업 메뉴얼과 코칭 및 기타 부가 서비스까지 제공됩니다. 기업에서 충분히 수익화가 가능하니, 구직자쪽은 선교육 후과금으로 운영해도 경영에 큰 지장은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더 큰 인재풀 확보에 도움이 될 것 같네요.
5. 기술개발과 기술영업의 콤보
예전에 저는 개발자 시장과 영업직 시장은 전혀 공통분모가 없는 독립된 시장이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특히 좋은 제품을 만들면 유저는 저절로 늘어나니 영업이 필요없는 좋은 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세계1위 채용사이트인 Indeed.com도 초기 200명의 스타트업 규모일 때 직원의 약 50%가 영업조직이었습니다. 직원이 12,000명이 넘는 지금도 40%정도는 개발인력이지만 영업조직도 비슷한 40%정도를 차지합니다. 유저는 좋은 제품으로 모을 수 있어도, 매출 성장과 안정성은 영업조직이 이끌기 때문입니다. 개발자 채용을 전문으로 하는 Hired.com이 영업직 전문 서비스인 Vettery.com에 인수되었을 때도 처음에는 의아했습니다. 영업직과 개발직의 성격이 너무 다르니까요. 인수합병 후 Hired.com이 개발자와 영업직 채용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는 모습이 어색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바로의 케이스를 보니 이제 이해가 좀 되는 것 같습니다.
개발자가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들어진 좋은 서비스를 어떻게 고객에게 발견되도록 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업계처럼 개발속도가 빨라지고 경쟁자가 많이 나타나는 시장일수록,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고 판매하는 일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워낙 많은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니까요. 끊임없이 개선되고 변하는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가치를 깊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영업직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 질 것 같습니다. 결국 기술 영업 시장은 소프트웨어 개발 시장과 더불어 함께 같이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시장인 것 같습니다.
* 우바로 CEO와의 인터뷰: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정말 능력있는 영업사원이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런 CEO같은 영업사원을 공장처럼 찍어서 배출할 수 있는 서비스라면 개인적으로 신뢰가 가네요. 인상적인 이야기 중에 하나는, 바텐더로 일하다 코로나 시기에 직장을 잃었다가 유바로를 통해 영업사원이 되어 식당과 바에 스케줄링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에 입사 해 첫달에 목표 매출액 3배를 달성했다는 케이스였습니다. 바텐더도 소프트웨어 업계의 기술영업직으로 이직이 가능하다 - 유바로의 타겟 유저와 목표를 잘 보여주는 예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