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재와 기술 Oct 18. 2021

인도 개발자 시장의 특수성 - 하이렉트(Hirect)

인도 개발자 채용 시장에 맞춘 유니크한 접근 시도

하이렉트 메인 페이지


오늘 살펴볼 제품은 하이렉트(Hirect)입니다. Hire와 Direct를 합쳐서, 직접 채용한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인도 개발자 시장을 타겟으로 한 서비스인데, 채용시장의 특수성을 어떻게 반영하고 그 한계점은 무엇인지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인 것 같습니다. 


1) 개발자 시장의 특수성

채용시장은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어찌보면 간단한 구조인 것 같지만, 한가지 고려해야 될 점은 구직자와 채용공고 간의 수요와 공급이 세부 시장에 따라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필요한 제품이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리의 신입공채 시장의 경우, 구직자의 수가 신입채용을 하는 기업의 수보다 일반적으로 많습니다. 취준생 사이에서 대기업에 들어가고자 하는 경쟁이 심한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수많은 입사지원서 중에 적합한 인재를 골라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시장 구조에서 필요한 HR 제품은 부적절한 지원자를 손쉽게 걸러낼 수 있는 스크리닝이나 필터링, 또는 AI를 활용한 면접 제품일 것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구직자가 적고 이를 채용하려는 기업이 많은 시장도 있습니다. 요즘의 개발자 시장이 그렇습니다. 개발자가 가만히 있어도 서로 모셔가려고 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시장에서 원하는 인재의 수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으니, 기업에게는 기업의 비전과 브랜드를 구직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광고 상품이나 부족한 인재를 수급해 주는 소싱 제품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스크리닝이나 필터링 제품은 기업들에게 쓸모가 없습니다. 또한 콧대가 높아진 구직자들에게는 어떤 기업이 더 높은 연봉과 좋은 업무환경을 제공하는지, 자신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 줄 수 있는 기업에 대한 정보가 유용할 겁니다. 


2) 인도 시장의 특수성

개발자 시장이 가장 잘 발달한 곳 중에 하나가 바로 인도입니다. 실력 좋은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은 인도도 마찬가지이지만, 14억의 전체 인구수를 생각해 보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자의 수가 엄청납니다. 과학과 수학에 꾸준히 투자한 결과로 국가 경제에서 IT업계가 차지하는 비중도 큽니다. 인도에서 가장 큰 채용사이트인 나우크리(Nuakri)의 경우, 전체 매출의 50% 이상이 개발자 직군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개발자에 대한 수요와 공급면에서 보면, 타국가에 비해서 개발자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특이성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인도의 채용시장에는 특수한 문제가 있습니다. 워낙 인구가 많고 서로 경쟁이 심하다보니 구직자와 기업 상호간의 정보에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보니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데이터가 실제 채용시장에서 일어나는 일과 괴리감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취업을 위해 이력서의 내용이 거짓되거나 과장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지원서를 10장 받았다는 데이터가 있어도 그 중에서 실제 믿을만한 이력서가 몇개인지, 실제 인재가 몇 명인지는 판단하기 힘듭니다. 구직자 또한 채용공고가 온라인에 있다 하더라도 직접 사무실에 전화를 하거나 면접을 보러 가서 기업과 사업의 존재여부를 확인하기를 선호합니다. 결국 직접 대면해서 확인해보는 것이 제일 확실합니다. 


그래서 인도에서는 온라인 채용시장에서도 사람이 다시 확인해야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앞서 말씀드린 나우크리는 이력서 데이터베이스를 구독모델로 기업들에게 판매하는 것이 주요 사업입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 이력서 데이터베이스 서비스를 사용해도 여전히 그 중에서 신뢰할만한 인재를 걸러내고 확인해야 하는 필요성은 변하지 않습니다. 결국 수동으로 인재 확인 작업을 할 리크루터 팀을 따로 고용을 해서 나우크리의 엑세스를 넘겨줍니다. 온라인 채용시장이 오프라인과 공존하게 되는 특이한 구조를 낳게 됩니다. 


하이렉트는 인도 개발자 시장에서 신뢰도 부재라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일단 채용공고의 확인 작업을 거칩니다. 앱광고를 보면 30,000여개 이상의 스타트업과 기업에서 스캠과 가짜 공고를 걸러내고 오로지 확인된 공고만 있다고 강조를 하네요.


하이렉트의 앱 화면



그리고 인도 스타트업과 개발자 인재를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스타트업의 리크루터가 가입 후 채용공고를 올리면, 개발자와 채팅으로 소통을 하고 필요하면 바로 인터뷰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이력서로만으로는 알 수 없는 부족한 사실들을 서로 직접 확인함으로서 상호간의 신뢰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채용 단계를 넘어 빠르고 효율적으로 채용기간을 앞당깁니다. 확실히 인도 채용시장의 특수성을 잘 반영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하이렉트 기업회원 사용방법


하이렉트를 이와 같은 방법으로 미국에도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개발자를 찾고 있는 미국 기업들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에 인도 개발자를 연결해주거나, 미국에 거주하는 인도 개발자들을 인도 IT기업에 연결해 줍니다. 


3) 특수성보다 중요한 서비스의 기본

Similarweb에 확인해 보니 하이렉트의 방문자수는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역시나 코로나 이후 뜨거워진진 개발자 인력에 대한 수요가 반영이 된 것 같습니다. 


Similarweb에서 하이렉트의 월 방문자수 추이


그런데 앱의 리뷰를 보니, 평가의 호불호가 갈립니다. 평균이 3.3인데, 5점과 1점을 준 리뷰가 제일 많습니다. 

구글플레이에서의 하이렉트 평점


일단 평점 1점의 경우, 긴 로딩 시간검색 필터 버그에 관한 불만이 많습니다. 또한 채용공고의 부족으로 인한 불만도 많네요. 자세히 살펴보면 다 연관된 문제로 보이기도 합니다. 보유한 채용공고수가 부족하니 유저가 탐색하는 지역에서 공고가 없으면 로딩이 길어지고, 공고가 없으니 해당지역에서 먼 거리의 공고를 보여주게 됩니다.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인도에서 먼 거리의 직장을 다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불만이 쌓이게 되구요. 사실 개발자가 선호하는 IT기업들이 몰려있는 지역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인도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우는 방갈로(Bangalore)를 비롯해서, 거가온(Gurgaon), 푼(Pune), 하이드라밧(Hyderabad), 체나이(Chennai) 등 입니다. 이 외의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는 개발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처음부터 어려운 일이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자세히 보니 아무리 확인 작업을 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가짜 공고에 대한 불만도 종종 보입니다. 


아무리 시장 특성을 반영하는 좋은 서비스를 개발해도 로딩과 버그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더 많은 유저를 담을 준비가 아직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성장의 기회를 만났다는 느낌이 듭니다. 기술적인 부채야 앞으로 천천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개발자 공고의 부족과 지역적 한계라는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현재와 같이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다기 보다는, 한국의 당근마켓처럼 로컬 커뮤니티 형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상호 신뢰도 문제도 해결하면서 사업을 확장하는데 더 좋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