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동해바다-후포에서」

by 임 경

< 그림: 백지은 >

「동해바다」는 『길』(1990)에 수록된 시 작품이다. 『길』은 시인이 민요 가락을 채집하기 위해 유랑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기억에 남을만한 체험을 시집으로 엮은 것이다. 시인은 동해바다를 바라보면서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고 한다. 그러면서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 없는 자신의 옹졸함을 고민하고 성찰한다.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한 잘못이 맷방석만하게
동산만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 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 보다
멀리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신경림, 「동해바다-후포에서」 전문(창작과 비평사,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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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시문학, 철학, 개인의 이미지, 언어 이미지에 관심을 가지고, 인간의 존재 가치나 정체성에 관심을 가져온 사람입니다. 현재는 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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