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있으면 외국어 못해도 유튜브 할 수 있어요
바로 전에 올린 글에서 나는 ‘1년 배운 포르투갈어로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라고 했다. ‘유튜브 영상 만들기’도 엄두가 나질 않는데 ‘외국어로 유튜브 영상 만들기’가 어렵지 않다고? 게다가 1년 배운 포르투갈어로, 문장을 만드는 정도만 할 줄 알면 할 수 있다니!
여기서는 내가 영상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해 보고자 한다.
나는 외국어로 영상을 만드는 것의 핵심은 ‘스크립트’라고 생각한다.
원어민처럼 언어를 잘 하지 않아도 외국어 채널을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스크립트’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물론 스크립트는 그냥 써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바를 포르투갈어로 아주 단순한 문장 형태로만 구사할 수 있다. 못한다고 하는 영어보다 못한 실력이나 쉬운 문장과 단어를 써서 스크립트를 쓴다.
당연히 스크립트를 쓰기 전에 내가 영상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와 내용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필요하다. 많은 유튜버들이 채널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장비와 편집 기술이 아니라 ‘잘 짜여진 기획’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어떤 내용을 다룰 것인지, 내 채널의 컨셉과 나라는 사람의 캐릭터까지. 다른 채널에 비해서 내 채널의 특별함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외국어 채널의 정체성과 특별함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한번 다루려고 한다. 어쨌든, 내가 원하는 내용을 머릿속으로 잘 정리해서, 부족한 실력이어도 쉬운 문장으로 외국어로 스크립트를 잘 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지금은 주제를 잡으면 1-2시간이면 스크립트를 쓸 수 있지만 처음에 시작할 때는 정말 오래 걸렸다. 1년 배운 포르투갈어 실력으로 의사를 전달하려는 스크립트는 어려웠다. 그리고 생각보다 막히는 부분이 많았다. 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를 따로 구글에서 찾기도 했고, 혹시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이상하게 들리면 어쩌나 걱정도 했다. 예를 들어, 피부 마사지법에 대한 영상 스크립트를 쓸 때는 '혈점'을 포르투갈어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한참을 고민했다.
내가 쓰는 스크립트가 현지 브라질 사람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이상한 점은 없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나는 과외선생님에게 도움을 구했다. 쑥스러웠지만 채널을 시작한다고 고백하고 스크립트를 함께 읽으며 고쳤다. 과외선생님은 브라질 사람이니, 선생님을 이해시킬 수 있으면 좋은 스크립트였다. 선생님은 읽다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을 물어봤고, 나는 그 부분을 보충해 스크립트를 더 매끄럽게 다듬을 수 있었다. 당연히 이 첨삭 과정도 좋은 공부가 되었다.
스크립트를 첨삭받고 나면 읽는 연습을 했다. 발음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계속 읽어보고 내용이 대략 머리 속에 들어올 정도로 계속 읽었다. 외우면 좋겠지만 스크립트를 외우는 건 거의 뿔가능했다. 그래서 적당히 이해만 하고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촬영은 쉬웠다. 카메라를 켜고 자연스럽게 스크립트를 읽으면 됐다. 처음에는 시선처리나 말하는 투가 자연스럽지 못했다. 자꾸 렌즈를 보지 않고 스크립트를 보면서 말해서 편집할 때 난감했다. 자꾸 시선을 떨어뜨리는장 모습을 편집으로 때울 수 없었지만, 다시 촬영하지 않고 그대로 올렸다. 스크립트를 좀 보면 어때? 하면서.
스크립트는 외국어 유튜버 뿐만 아니라 그냥 유튜버들도 많이 쓴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을 검색하다 알게 된 ‘김성회의 G식백과’ 채널의 <30만 유튜버 실전 꿀팁>이라는 영상을 보고는 충격을 받았다.
이 분은 모든 영상에서 지루하지 않고 찰지게 ‘대사를 치듯’ 말을 하는데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다. 그냥 스크립트를 쓰는 것은 물론, 강조할 부분과 끊어 읽을 부분도 세밀하게 표기하고 심지어 스크립트 한 줄마다 문장이 끝나도록 마침표를 따로 O로 바꿔 적기도 했다. 순전히 구독자가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이 영상을 보고도 나는 이렇게까지 스크립트를 짜진 않지만, 어떤 유튜버든 스크립트를 잘 짜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스크립트는 외국어 영상을 쉽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이 예시처럼 더 짜임새 있는 영상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제작에 작가와 감독 여럿이 달라붙어 만드는 큰 채널이야 당연히 잘 짜여진 대본이 있겠지만, 원맨쇼를 해야하는 우리네 유튜브 채널에는 완벽하지는 않아도 내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해줄 스크립트가 있어야 한다.
나는 영상을 만들 때 일단 스크립트가 완성되면 마음이 편해진다. 이후에는 그저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만 남기 때문이다. 잘 짜여진 스크립트가 있다면, 꼭 필요한 장면만 촬영할 수 있고 편집도 훨씬 빨라진다.
누군가가 유튜브를 하고 싶다고 하면, 그래서 어떤 카메라가 좋은지 물어본다면, 나는 이렇게 먼저 말할 것 같다.
우선,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