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한 주인

미래의 씨앗은 과거에 묻혀 있다.

by 레마누

동창회에서 기가 막힌 얘기를 듣고 온 소설가 지망생 영희는 집에 오는 내내 이건 그냥 써도 소설이라는 생각이 신이 났다. 인물들의 성격이 분명하고, 사건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일어난 대로만 써도 소설이 될 것 같았다. 영희는 집에 오자마자 노트북을 켜고, 방금 들었던 이야기들을 글로 옮겨 쓰기 시작했다. 다음날도, 또 다음 날도 영희는 이야기를 소설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글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영희는 좌절했다.


영희는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알 수 없었다. 분명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동석했던 사람들도 이건 소설감이라고 하며 박수를 쳤다.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소설로 만들면 될 것 같은데 왜 안 될까? 영희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대해 하나도 모르면서 손님을 바로 초대한 매우 불친절한 주인이었다.


불친절한 너무도 불친절한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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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고, 내 역할은 누군가를 초대한 집주인과 똑같다. 이는 곧 독자가 손님이라는 말이다.(주 1)


벨이 울리고 문을 열면, 처음 보는 손님이 문 밖에 서 있다. 어색하게 웃으며. 당신은 문을 열고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그러면 손님은 천천히 집에 들어온다. 손님은 주인도 집도 낯설다. 그래서 행동은 느리고, 조심스럽다. 당신은 그런 손님의 손을 잡고, 천천히 집을 구경시켜 준다. 집의 구조를 보여주고, 방의 기능을 설명한다. 모인 사람들을 소개하는 것도 집주인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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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소설가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꿈을 꿉니다. 꿈 하나를 잡고 나가는 삶은 늘 새롭고 신기한 일 투성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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