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 읽었으면 어쩔 뻔?

책으로 사람이 되는 중입니다.

by 레마누

2월 독서모임에서의 일이다. 독서모임은 한 달 동안 책을 읽고, 진행자가 미리 보내준 질문에 답을 하며 대화하는 방식이다. 4년이 넘게 이어진 만큼 정이 끈끈하다. 같은 책을 읽어도 감동포인트가 다르고, 해석이 다른 걸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독서모임을 하지 않았으면 절대 읽지 않았을 책을 읽는다는 것도 매력적인 일이다. 물론, 선정도서가 다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하지만 꾸역꾸역 읽는다. 어떨 때는 책 보다 참가자들이 하는 말이 더 재미있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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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말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속으로는 계속 자기가 할 말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남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에 빠져서 듣는다. '음, 저 얘기가 끝나면 이런 얘길 해야겠어.' 이런 식이다. 그래서 상대방이 말을 하다가 한숨 돌리는 사이에 '이때다'하면서 말을 가로챈다. - 혼. 창. 통 중 P.233


"저는 제가 공감능력이 좋은 줄 알았어요.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거든요. 슬플 때는 같이 울고, 또 좋으면 한없이 좋아해요. 사람들은 저를 만나면 편안하다고 말하죠.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저한테 불만이 많은 거예요. 왜 그런지 물어봤더니 엄마는 자기 말만 한대요. 잘 모르면서 미루어 짐작한 걸로 자기들을 혼낸다는 거죠. 그때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 이 부분을 읽고 무릎을 쳤어요. 저는 공감하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정작 경청은 하지 않았던 거예요. 잘 들어주는 것 같아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혼, 창, 통 중에 가장 저에게 부족한 것은 통이에요."


"저도 공감합니다. 실은 저도 제가 F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요. 얼마 전에 만난 조카가 저보고 대문자 T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럴까를 생각해 봤는데요.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극 F인 게 맞아요. 그런데 집에서는 T 돼요. 특히 아이들 앞에서는 감정보다는 논리를 앞세우게 돼요. "


"어쩌면 그건 엄마들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우는 아이를 달래주는 것도 좋지만, 매번 우는 것을 받아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잖아요. 우리는 힘들어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아이에게도 힘듦과 고통의 의미를 자꾸 얘기해주려고 해요."


"사실 저는 학습된 F예요."

"저는 사회화된 T인데요. 집에서는 F랍니다.


문장하나를 두고, 갑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고백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함께 책을 읽고, 나누고 싶은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

상대방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인다.

사랑과 애정을 듬뿍 담아.

그리고 내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적당한 타이밍에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게 이야기를 나눈다.

다음번 만남을 기약하며 인사한다.


뭘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뭘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결이 맞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눈다.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하며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아간다. 가끔 좋은 문구를 만나면 생각나는 사람에게 보낸다. 하나씩 하나씩 삶을 채워나간다. 복잡한 생각대신 단순하게 오늘 할 일만 생각한다. 그렇게 독서모임이 끝났다.


깜짝 질문

1. 대화를 나눈 사람 중에 저는 어디에 있을까요?

작가님은 경청을 잘하시나요?

그냥 궁금했어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시간을 내서 글을 읽어주는 작가님들이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요.

한동안 제 글만 쓰는데 급급했는데, 작가님도 분명 글 쓰느라 바쁘실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들려주시고, 읽어주시고, 하트를 눌러주시는구나. 싶어서 너무너무 감사하더라고요. 저는 또 글만 쓰고 얼른 나가지만,

항상 들려주시는 작가님들께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조금 더 귀 기울이고 공감하는

레마누가 되어보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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