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파김치 때문이다.

밥 먹듯이 글을 써야 하는데....

by 레마누

음식을 적게 준 것은 키를 크게 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스파르타인들은 아이들이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 몸이 둔해지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지나친 영양은 아이들을 뚱뚱하게 만들고 행동을 무겁게 하는 법이다. 그러나 절제된 식사 습관을 익힌 아이들은 키가 크고 몸이 유연했다. 또한 아름다운 몸매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음식을 조절해야 했다. 마르고 가는 체격은 자연에 더 가까운 형태이므로 건강하다. 지나치게 뚱뚱한 사람은 몸이 무거워 날렵하게 움직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운동하며 신체를 단련한 여자들은 작고 가볍지만 균형이 잘 잡힌 아름다운 아이를 낳는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중 스파르타의 아이들에 대하여-



책을 읽다 말고, 갑자기 밥맛이 없어졌다. 정말이다. 500년 동안 이어진 스파르타의 정신을 세운 리쿠르고스를 읽는데, 통통한 손가락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그래, 나는 절제와 인내가 필요해. 먹을 것 하나 참지 못하면서 무슨 소설을 쓴다고 그러는 거야. 어떤 소설가는 극도로 예민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커피도 안 마신다는데, 겨울 내내 소설을 쓰겠다는 입으로 틈날 때마다 맛난 것을 집어넣고, 배 부르면 뜨근한 방바닥에 누워 아. 좋다. 하고 있으니 소설이 나오겠냐는 말이다. 잠 못 드는 고뇌도, 입맛 떨어지게 만드는 열정도 없이 소설을 쓰겠다니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그래. 굶자.

배가 등가죽에 붙으면 생각이 좀 나겠지.

몸을 고단하게 만들면 눈이 반짝이지 않을까?

굶주린 겨울늑대처럼 들판을 헤매는 거야.

나뭇가지의 흔들림에도 털이 곤두서고

멀리서 들리는 발자국에 신경을 쏟아부어야 살아남는

겨울산의 호랑이가 되자.


아니다.

리쿠르고스는 파김치를 먹어본 적이 없었던 거다.

금방 한 하얀 밥,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에 들기름을 두르고

어제 한 파김치를 올려놓고 먹어본 적이 없었던 거다.

그건 절제와 인내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맛이다.

그러고 보니 리쿠르고스는 삼겹살을 굽고

그 기름에 볶은 김치도 먹지 않았을 것이다.

대여섯 시간 끓인 감자탕은 어떨까?

등뼈를 집으면 뼈가 뚝뚝 떨어지고,

야들야들한 살이 한가득인데, 그걸 참고 먹지 말라고?

김치냉장고에서 꺼낸 김장김치 손으로 쭉쭉 찢어서 긴 접시에 올리고

푹 삶은 돼지고기를 먹기 좋게 썰어서 같이 먹으면

불행할 겨를도 없어지는데 그걸 하지 말라고?


그래도 먹지 말았어야 했다.

일단 배가 부르면 잠이 쏟아지니 안 먹는 게 맞다

먹어도 적당히 먹고 숟가락을 놓았어야 했다.

굳이 단추를 풀어가면서

고무줄 바지를 찾아 바꿔 입으면서까지 먹을 필요는 없었다.

안 먹어본 것도 아니고

모르는 맛도 아니다. 알면서도 먹고 알기에 먹었다.

돌아서면 후회할 것도 알았다.

알면서도 먹는 나.

머리로는 리쿠르고스를 생각하면서도

손과 입이 멈추지 않는 나

이런 나를 글로 써야지 생각하는 나.

덕분에 소설에도 기름칠을 했는지 쓰는 내내 달달한 문장만 나왔다

미간에 주름 세 개 정도는 잡혀야 하는데.

스파르타인들은 옷을 거의 벗고 다녔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옷이라는 방패가 있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볼 줄 아는 이 좁은 시야를 어찌하면 좋을까?

당장의 쾌락을 참지 못하고

늘 후회하는 어리석은 나를 어찌하면 좋을까?

누가 좀 말려주세요. 새로 한 파김치가 너무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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