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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무한성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by 레마누

큰 딸이 초등학교 5학년때 '귀멸의 칼날(주 1)'에 빠짐. 그 후, 용돈이 생길 때마다 만화책과 기타 연관책 책을 사 모음. 이때부터 덕후의 기질이 보였음. 덕분에 온 가족이 귀칼에 빠져듬. 큰딸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극장판 "무한열차"로 현재 12번 봄. 볼 때마다 눈물바다됨. 덩달아 우리도 기본적으로 열 번 이상씩 봄. 2025년 8월 무한성 극장판을 온 가족이 관람했고, 영화를 보는 내내 4명이 훌쩍였으며. 집에 와서 23권의 만화책 정주행함. 귀칼포스터로 도배질하고, 귀칼 OST 들으며 공부하고, 귀칼 피겨모음. 한마디로 우리 집은 "귀멸의 칼날"을 아주 많이 좋아함. 할 이야기가 많아서 글이 깁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글입니다. 좋아하는 거라 글도 길게 썼습니다. ^^


다운로드 (1).jpeg 출처 : 네이버


들어가기 전에("귀멸의 칼날"에 대한 짤막 정보)


영생을 꿈꾸는 도깨비 '무잔'과 그들을 쫓는 귀살대의 대결을 그린 "귀멸의 칼날"의 시작은 주인공 탄지로가 혈귀에 의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평화롭던 가정이 도깨비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고, 부모님과 동생들이 다 죽었다. 그 와중에 도깨비에게 물린 여동생 네즈코는 혈괴가 된다. 마음씨 착한 탄지로는 혈귀가 된 여동생 네즈코를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귀살대에 들어간다. 혹독한 훈련을 통해. 귀살대원이 된 탄지로는 동료들과 함께 무잔을 죽일 마지막 혈전의 장소 "무한성"에 떨어진다.


총력전이 펼쳐진다.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했을까?


분노


시노부(귀살대 대원 중 최고단계인 柱 중 한 명, 柱중에 가장 약한 신체의 소유자)

어째서 내 손은 이렇게 작은 걸까? 어째서 키가 좀 더 자라지 않은 걸까? 이보다 좀만 더 덩치가 컸더라면 도깨비의 목을 베어 쓰러뜨릴 수 있었을까? 손이 다리가, 길면 긴 만큼 근육량도 많아져서 유리할 텐데.


(혈귀의 공격에 치명상을 입은 시노부가 쓰러져 있다. 이때, 혈귀에 의해 죽은 언니 시노부의 환영이 나타나 말한다)

일어나 시노부.

못 일어나겠어. 실혈(失血)때문에. 왼쪽 폐도 깊이 베여서 숨도 못 쉬겠어.

상관없어, 일어나 충주 쿄쵸우 시노부. 쓰러뜨리겠다고 결심했으면 쓰러뜨려. 이기겠다고 결심했으면 이겨. 그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기겠다고, 나하고도 카나오하고도 약속했잖아?


"도깨비를 쓰러뜨리자. 한 놈이라도 더 많이, 우리 둘이서. 우리와 같은 일을 다른 사람들은 겪게 하지 말자."


부모가 죽고, 언니가 죽고, 카나오외에 다른 츠구코도 죽고, 사실 그 아이들도 지금 도깨비들에게 식솔을 잃지 않았다면 지금도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었겠지. 정말로 열받는다.


사명


설사 힘이 약해도, 도깨비의 목을 벨 수 없어도, 도깨비 한 놈을 쓰러뜨리면 수십 명, 만약 쓰러뜨리는 게 상현이라면, 수백 명의 인간들을 구할 수 있다. 할 수 있고 없고 가 아니라 꼭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다.


행복의 길은 훨씬 더 먼 곳까지 이어져있다고 믿었다.

파괴되고 나서야 비로소 그 행복이 얇은 유리 위에 놓여있었다는 사실을 깨달는다.

그리고 자신들이 구원받았듯이 아직은 파괴되지 않은 누군가의 행복을 강해져서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약속했다.


좋아하는 사람이나 소중한 이들은 왠지 막연하게 내일도, 모레도 살아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것은 한낱 소망에 불과하고, 절대적으로 약속된 거도 아닌데, 사람은 왜 그런 것인지 자꾸만 그렇게 믿게 된다.


분노는 자신을 불태우고,

사명은 자신을 기꺼이 희생시킨다


젠이츠 : 기술을 단 하나밖에 쓰지 못하지만, 과거 스승인 할아버지로부터 '기술을 하나밖에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끝까지 관철하라는 말을 듣고, 한 가지 호흡게 집중함. 실력이 뛰어났음에도 젠이츠에게 밀려난 카이카쿠가 혈귀가 되고, 그와 맞서 싸우게 됨.


카이카쿠가 날 싫어한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고, 나도 가이카쿠가 싫었다. 그래도 존경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넌 노력했고, 외곬이었으니까. 난 언제나 네 등을 쳐다보고 있었다. 넌 특별했어. 할아버지와 나한테는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이었어. 그런데 그것만으론 부족했던 거지. 그 어떤 순간에도 너한테선 불만스러운 소리가 났다. 마음속의 행복을 담는 상자에 구멍이 나있어서 행복이 우수수 쏟아져나갔다. 그 구멍을 빨리 깨닫고 막지 않으면 영영 채워지지 않는다.


아카자 (혈귀 중 싸움의 기술이 가장 좋음. 인간일 때, 자신이 약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생각함. 강한 자를 좋아해서 렌코쿠와 기요에게 혈귀가 되라고 함.)


(탄지로와 싸우던 중)

좋은 동작이야. 단기간에 용케 이만큼 단련했구나. 칭찬해 주마 그나저나 쿄쥬로도 참 좋은 일을 해주었네. 그날 밤,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던 너는 압도적인 약자, 잡초에 불과했는데 말이지. 하지만 어떠냐!! 지금의 너는!! 괄목상대할 만한 성장이지. 난 순수하게 기쁘다. 마음이 춤추고 있어. 쿄주로는 그날 밤, 죽길 잘한 거야. 어쩌면 그 이상은 강해지지 못했을지도 모르니까. 끝까지 인간으로 남고 싶어하는 시덥잖은 가치관을 갖고 있었으니


뭐라고? 너는. 너는 그만. 그 입 닥쳐. 렌고쿠 씨에 대해 지껄이지 마.

왜? 난 칭찬하고 있는건데. 너도 쿄쥬로도.

아니야. 넌 모욕하고 있는 것뿐이야. 침을 뱉고 있는 것뿐이지. 누구에게나.

오해야 탄지로. 내가 싫어하는 건 약자뿐. 내가 침을 뱉는 건 약자뿐이다. 그래, 약자는 역겨워 토 나와. 도태되는 건 다름아닌 자연의 섭리지.


탄지로-네가 하는 말은 다 틀렸어. 네가 지금 그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증명이야. 태어났을 때는 누구나 연약한 갓난아기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어. 너도 마찬가지야 아카자. 기억에는 없을지 몰라도 갓난아기 시절 너는 누군가의 보호화 도움을 받았기에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거야. 강한 자는 약한 자를 돕고 지키는 것. 그리고 약한 자는 강해져서 또다시 자기보다 약한 자를 돕고 지키는 것. 그게 자연의 섭리야.




내가 20~30대 잘 나갔을 때는 내가 혼자 큰 줄 알았다. 50이 되어보니 내가 애기였을 때 그렇게 보채고 울때, 내가 잠든 시간에 나를 지켜보던 부모님의 손질을 생각하게 됐다. 혼자된 것이 아니다. 어리고 미약했을 때, 나를 돌봐준 많은 사람들의 손길과 눈길이 없었다면 내 삶이 지속되지 않았을 것이다.- 소설가 김애란-


무얼하든 처음에는 모두 갓난아기다. 주위의 도움을 받으며 익혀나가는 거야. 타인과 키 재기를 하지 마라. 싸울 상대는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중요한 건 어제의 자신보다 강해지는 것이지. 그걸 10년, 20년 계속하다보면 훌륭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네가 남을 도와주는 거야. (아카자의 스승)


기유 ( 귀살대 소속이나 대원들과 어울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스타일. 水柱)

나는 최대한 힘도 빼기 싫고, 너나 할 것 없이 오락처럼 대련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압도당하는 강자를 오랜만에 만나고, 단시간에 감각이 날카롭게 연마된는 걸 깨달았다. 닫혀 있던 감각이 두들려 맞아 깨어나 끌려 나온다. 강자가 서있는 곳으로, 아슬아슬한 생명의 쟁탈전이라는 것이 사람의 실력을 얼마나 늘려놓는 것인지 이해했다.



극한의 상황에 처하면 자신도 모르는 감각이 되살아나고, 강력한 힘이 솟는다.

단, 그 전에 꾸준한 수련을 해야만이 가능하다


탄지로 ("귀멸의 칼날"의 주인공, 포기하지 않는 집념의 사나이. 어떤 상황에서도 생각을 집중하고 사건을 해결하려고 함. 적응이 빠르고, 집중력이 강하다. 싸움실력도 좋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침착한 대응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혹독한 수련을 묵묵히 견뎌낸 결과다)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계속해서 생각해라. 그 어떤 장벽도 언젠가는 깨부수겠다는 부단한 노력으로 아버지처럼 동요하지 않는 마음상태를 유지하라. '내비치는 세계' 회피, 오로지 그것에만 집중하며 다른 감각은 닫는다. 집중. 오로지 집중하라. 반드시 약점이 있다. 그것을 찾는데 집중한다.


내가 "귀멸의 칼날"을 좋아하는 이유

를 말하자면 끝이 없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이유를 손꼽아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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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장

성장소설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말이 없다. 사람들은 성장을 좋아한다. 지금은 찌질해도 이러저러한 일을 겪으며 영웅이 되는 이야기는 언제 봐도 신난다. 잘 울고, 잘 웃고, 참을성없고, 바보같이 당하기만 하는데, 마음은 또 착해서 손해보는 짓만 한다. 잘 믿고, 우직하고, 요령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런 바보가 뜻하지 않게, 갑자기 모든 것을 잃게 되고, 조력자를 만나, 의지를 불태우며, 시련과 고통속에서 자신을 연마하고, 마침내 뜻을 이룬다. 바보가 영웅이 되는 과정에는 반드시 계기가 있다. 주인공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극심한 고통의 시간일수록 감동의 크기가 커진다. 상대가 강할수록 주인공을 응원하게 된다. 주인공의 고뇌와 좌절, 실패가, 눈물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리하여 고통이 극에 달할 때 그걸 보는 사람도 같이 얼굴을 찌푸리고 절로 소리내에 응원하게 된다. 힘을 내. 일어나.


귀칼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나오는데, 그 사연들 하나하나가 모두 눈물없이는 못 들을만큼 안타깝고 슬프다. 어느 한 사람 하나 편히 살지 못한다. 고되고 힘들고 지친 사람들끼리 만나 또 웃으며 이야기한다. 서로의 상처를 핥아준다. 그 모습을 보다보면 눈물이 난다.

아, 나도 저 안에 들어가고 싶다. 같이 울고 싶다. 그리고 같이 싸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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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깨달음

귀칼은 매순간마다 깨달음을 준다. 새삼 만화가의 역량에 놀란다. 그들이 하는 말 하나하나가 인생철학이다. 각잡고 앉아서 읽는 책보다 훨씬 더 많은 교훈이 담겨 있다.


인물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행동을 분석한다.

불의에 분노하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열광한다.

상황에 몰입하며 상상력을 키운다.

스토리를 알아가며, 이야기의 힘을 절로 익힌다.

다양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사건과 사고를 보며, 세상을 배운다.

혈귀에게도 사연이 있고, 착한 것 같은 사람에게도 악함이 있음을 배운다.

아무리 나쁜 사람도 알고 보면 그들만의 고충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겁한 선택을 한 그들을 정당한 이유로 비난할 줄 알게 된다.


3. 공존

주인공은 '탄지로'지만,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비중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들은 혼자 있을 때보다 함께 있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강력한 힘을 가진 상대와 싸울 때, 도저히 이길 가망성이 없을 것 같아 좌절하다가도 동료가 최선을 다해 싸우는 것을 보면서 다시 의지를 되살린다. 내가 빠진 자리는 다른 사람이 채워넣는다는 것을 알고, 절대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 내 자리에서 내 몫을 다한다. 혼자 튀려고 하지 않고, 함께 싸운다. 그래야만 천 년동안 영생을 꿈꿔왔던 천하무적의 무잔을 없앨 수 있다.


결국 그들을 움직이는 힘은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하는 어떤 것이다. 그것은 우주가 하는 일이다. 그렇게 되야만 하는 일이다. 귀살대의 대원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동료의 죽음에 눈물을 흘릴 겨를도 없이 총력전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선이었고, 아름다운 모습이었으며, 마음을 흔드는 감동이었다.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그것은 본질의 세계였다. 감히 말하거니와 그것은 예술의 경지였다.


사족1 : 혈귀와 귀살대의 차이

혈귀는 결과에 핑계를 대지만, 귀살대원은 인정한다

혈귀는 욕망을 이루기위해 무잔에게 목숨을 구걸하지만,

귀살대는 훈련과 반복을 통해 극한 상황까지 자신을 몰아넣으며 단련한다

혈귀는 자신의 불행을 다른 이의 탓으로 돌리지만

귀살대는 벌어진 일을 받아들이고,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레마누의 생각 :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지금에 만족하고 있는가? 만일, 지금의 세계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면 다시 일어날 힘이 있을까?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뭘까? 도깨비가 무한한 능력을 주겠다고 유혹해도 뿌리치고, 스스로 연마하고 수련하며 고된 시간을 보내고 마침내 이룰 수 있는 인내와 끈기가 과연 나에게 있을까?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데 만화책을 이렇게 진지하게 보는 사람이 또 있을까? 있으면 손 들어주세요. 덜 외롭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1) 귀멸의 칼날 : 일본의 인기만화시리즈. 애니메이션과 극장판으로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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