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정세의 수상소감
오랜만에 만난 친한 동생과 점심을 걷고 산책하는 중이었다. 동생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에 소설책을 내려고 하는데 자신이 없다는 말이 나왔다.
-소설을 쓸 때는 당장이라도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이 아이들을 세상에 내보내려고 하니 너무 무섭고 떨려.
-언니, 저도 그래요. 디자인하고 가방 만들고 가게에 진열하면 얼마나 떨리는지 몰라요. 그런데 계속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지, 난 계속 쓰는 거고, 넌 계속 만드는 거야. 나도 첫 술에 배가 부르지 않는다는 건 알아. 완벽하게 시작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도 모르지. 처음에는 약간 서툴고 부족하지만 점점 나아지면 되잖아.
-맞아요. 일단 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면 하는 게 중요해요.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기고, 능숙해져서 점점 쉬워질 거예요. 처음이 제일 힘들어요. 딱 한 발자국 내디는 게.
-너랑 이런 얘기하니까 너무 좋다.
-저도요. 언니. 소설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고마워
-언니, 혹시 오정세 수상소감 봤어요?
-아니, 왜? 한 번 찾아서 보세요. 저는 힘들 때마다 일부러 찾아서 봐요. 언니도 좋아할 거예요.
동생과 헤어지고 집에 와서 오정세의 수상소감을 찾아봤다.
드라마, 영화, 연극, 단편독립영화 매 작품마다 하나 할 때마다 저 개인적으로는 작은 배움의 성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은 스스로 반성하게 되고, 어떤 작품은 위로받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은 작은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그 개달음을 같이 공유하고 싶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어떤 작품은 성공하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심하게 망하기도 하고,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 좋은 상까지 받는 작품도 있었는데요. 100편 다 결과가 다르다는 건 신기한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100편 다 똑같은 마음으로 똑같이 열심히 했거든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가 못해서 망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잘해서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고.
세상에는 참 많은 열심히 사는 보통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을 보면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꿋꿋이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결과가 주어지는 것은 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하거나 지치지 마시고 여러분들이 무엇을 하든 간에 그 일을 계속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책하지 마십시오, 여러분 탓이 아닙니다. 그냥 계속하다 보면 평소와 똑같이 했는데 그동안 받지 못했던 위로와 보상이 여러분들에게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저한테는 동백이가 그랬습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곧 반드시 여러분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힘든 데 세상이 못 알아준다고 생각을 할 때 속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곧 나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요. 여러분들의 동백꽃이 곧 활짝 피기를 저 배우 오전세도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동생은 잘 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일 년 내내 재봉틀 앞에 앉아 가방을 디자인하고, 만든다. 철마다 다른 디자인의 가방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어떤 건지 모르는 나는 그저 그런 동생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동생은 내가 대단하다고 말한다. 어떻게 소설을 계속 쓰냐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 네가 생각하는 그런 멋진 소설이 아니야. 난 그냥 소소한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소설로 풀어내는 것뿐이야. 너무 기대하지 마.
-저는 그런 소설 좋아해요.
사람은 자기가 모르는 분야는 막연히 멋지다고 생각 한다. 해보지 않은 것, 가보지 않은 것,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동경과 미련이 있다. 꿈꾸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꿈만 꾸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한다.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한다.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뛰어든다.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그 도전과 시도의 결과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실패라고 생각하고, 괜한 일을 했다고 자책하거나 좌절하고 자신에게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고 싶다고 꿈만 꾸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무언가를 시도하여 얻은 경험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성공이자 배움이다. 실패는 괜히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는 없지만, 실패를 겪지 않으면 성공할 수도 없다. 원하는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는다고 그것을 꼭 실패라고 이름 짓지 말았으면 한다. 진정한 실패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이다.
배우 오정세는 백 편이 넘는 작품 활동을 했다. 모든 연기에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동백꽃으로 남자조연상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 전의 작품들은 실패했다는 말인가? 배우 오정세는 꿋꿋이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해도 똑같은 결과가 주어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치거나 실망하지 않고 평소와 똑같이 일을 하다 보면 그동안 받지 못했던 위로와 보상이 찾아온다는 말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동생은 언니가 계속 소설을 써 나간다면 언젠가 세상은 언니의 소설에 열광하는 날이 올 것이다.라는 말을 오정세의 수상소감으로 대신했다. 그 말은 어쩌면 묵묵히 혼자만의 가게를 지키며 지금도 가방을 만들고 있는 동생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일 것이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일, 혼자만의 싸움을 하며 좌절하고 실망하고 속을 태우면서도 그래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상을 받지 않아도, 남들이 인정하지 않아도 그냥 한다. 언젠가 나만의 동백꽃이 활짝 피기를 기다리며 그렇게 오늘도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