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전에 없이 하늘이 예쁘다

by 강경아

새벽. 세찬 비가 유리창을 때린다. 규칙적으로 내려치는 빗소리에 다시 몽롱한 잠으로 빠져든다. 맑게 갠 초여름 날씨에 기분이 맑아져 ‘찰칵’ 풍경을 담아둔다. 그리고 한 여름, 외출할 때 땀을 닦을 손수건과 휴대용 선풍기를 챙긴다. 아침은 오늘의 날씨와 시작한다. 우산을 들고나갈지 선글라스를 챙기거나 날이 추워 장갑과 외투를 단단히 챙기는 등.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지만 조금씩 날씨는 변화하고 조화를 이루며 계절의 흐름대로 흘러간다. 습하고 무겁고 뜨거운 여름이 서서히 비켜간다. 그리고 마침내 가을 기다렸던 계절이 왔다.


오랜 시간 ‘결핍과 불안은 나의 힘’이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 젊은 내 어깨를 짓눌렀다.

어른들이 말하는 중간이 좋다 튀지 말아라 평범하게 살아라 일상에 충실해라는 말이 싫었다. 내가 아무리 특이하고 비범을 쫓아도 늘 일상에 머물렀다. 날뛰던 젊음이 점점 흐려지고 다른 성질의 차분함이 나를 새로이 채운다.


전에 없이 하늘이 예쁘다. 목덜미에 살랑거리는 바람이 시원하고 고맙다. 미세먼지를 걷혀주는 빗소리에 마음의 때가 씻겨 가는 듯하다. 소담히 내리는 눈꽃송이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매일 보는 거리의 풍경이 날씨에 따라 조금씩 다른 수채화로 물들어진다.


사람도 달리 보인다. 예전보다 세심하게 보게 되고 오래 보게 된다. '사람도 발견’해주어야 한다는 걸 새삼 알게 된다. 이 사람은 이런 면이 어여쁘고 이런 점을 닮고 싶고 나와 달라서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싫은 점은 본인이 잘 알 테니 굳이 말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나는 성게알처럼 스스로 가시를 세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었다. 그러나 좋은 사람들이 나를 발견해 주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성게알의 속은 몰캉하고 부드러운데 어쩔 수 없이 가시를 세울 수 밖에 없었다는 걸.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린 마음이 뭉개져 버리니.


오랜 시간에 걸려 나의 본모습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가시를 걷고 속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려한다. 오랜시간 가시를 세우고 살았기에 쉽지는 않다. 연습이 필요하다. 아무도 까칠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영원히 혼자이고 싶지 않다. 나를 나일수 있게 만드는 사람을 찾아볼 생각이다. 내가 나일 수 없었던 시절을 지우고 말이다. 이제는 그러고 싶다. 나도 사랑을 맘껏 계산하지 않고 주고 또한 받고 싶은 마음이 이제야 든다. 나도 이제는 행복을 자주 느끼는 연습을 하려한다. 천천히 연습할 것이다.


오랜시간 노력하고 셀 수 없이 고민했던 밤의 힘으로 나는 내가 살고 싶은 세상에 좋은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고 있는 현실에 드디어 왔으니까 말이다. 바로 책으로 글쓰기로 공감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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