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말속의 부드러운 다독임만을 보세요
“그거 알아요? 경아씨가 이중언어 쓰는 거. 얘기 초반에 안 그러다가 정작 끝에는 다른 얘기해. 원하는 ‘진짜’를 말하지 않아.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아요. 경아씨는 다른 사람 마음 잘 몰라요. 괜히 추측해서 걱정 키우지 마요, 되게 인생 피곤해져....”
P 선생님은 고요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다 보셨다.
네? 했지만 선생님은 내게 족쇄와 같은 것들의 포인트만 짚어서 말씀해 주신다. 눈치 이중언어 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
인간관계 그 사이의 충돌과 흐르는 감정 사이에서 눈치 봤다. 누구에게도 미움받고 싶지 않다는 가능하면 환영받는 존재이고 싶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눈치 보기는 습관이었다. 예민한 기질이다 보니 남들보다 타인의 기분과 필요를 빨리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 습관 덕에 타인에게 잘 맞출 수 있었다. 사람 보는 눈을 가질 수 있었고 호감을 빨리 얻을 수 있었다. 다만 부작용은 ‘나의 솔직함’은 점점 사라진다는 거.
P 선생님의 말씀처럼 인생이 되게 피곤해졌다. 나의 마음 내 감정이 사라져 버렸다. 나만의 추측으로 타인을 재단하고 판단하고 가슴은 점점 차가워졌다. 응어리진 무언가가 내 입에서 이중언어를 말하게 만들었다.
무엇이든 실제보다 더욱 흉측하게 비추는 거울을 가진 악마 트롤이 천사들을 놀리기 위해 하늘로 올라간다. 그러던 중 들고 있던 거울을 놓치고, 그 거울은 수억 개의 조각들로 부서져 인간 세상 사람들의 심장과 눈에 박혀버린다. 거울 조각이 박힌 사람들은 차갑게 변하고 또 무엇이든 나쁘게 보게 되는데,
(……) 중략
갑자기 사라져버린 카이를 찾아 길을 떠나는 게르다는 갖가지 고난과 역경을 만나지만, 친구를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이겨내며 마침내 눈의 여왕의 궁전에 도착한다. 홀로 얼어붙은 강에 서있는 카이를 보고 게르다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그 눈물은 카이의 심장에 박힌 거울 조각을 녹인다. 카이도 함께 눈물을 흘리자 그의 눈에 있던 거울 조각도 빠져나오게 된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카이는 게르다와 함께 얼음조각 퍼즐을 맞추고, 둘은 무사히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눈의 여왕』 한스 안데르센 Hans Christian Andersen (네이버 지식백과 발췌)
눈물은 차가움을 녹인다. 내가 서서히 감정을 내비치고 사람에게 마음곁을 줬을 때 가슴속 차가움이 녹여졌다. 힘들 때 베개를 적시며 운 날도 많았다. 예전에는 누군가에게 나의 긴 이야기를 토로하지 않았다. 오해와 불신만 쌓았기 때문이다. 그런 불순물 같은 감정으로, 왜곡된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다. 오랜 시간 진공 상태로 깨지 않는 잠에 갇혀 있었다. 아무도 나를 구해주지 않을 거라며, 이 차가운 마음을 갖고 살아야지 그래야 상처받지 않고 안전하니까. 눈의 여왕 궁전에 갇힌 카이처럼.
나를 믿어주는 사람 덕에 발견해 준 사람 덕분에 조금씩 달라졌다. 변질과 변화의 기로에 서 있던 시점에서 한 끗 차이로 잘못 선택했다면 지금 나는 어땠을지……. 변질됐다면 사람이 주는 따뜻함을 믿지 못한 채 ‘겨울’안에서 외로웠겠지.
지금은 알겠다. 그리고 느낀다. 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모르고 나의 속마음 또한 잘 모른다. 사랑받으러 애쓰지 말며 미움받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그저 말속의 부드러운 다독임을 보면 된다. 그저 있는 그대로 믿으면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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