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다가오지 않은 내가 모르는 삶의 순간들이 있을지 모른다고
뇌가 녹아버릴 것 같은 더운 날들이 계속이다. 시원한 곳을 찾아다닌다. 컨디션이 최저다. 아무 일도 아무 생각도 안 하리라 다짐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의 딜레마는 계속되고, 어제 불현듯 ‘하고 싶은 일’ 에 마음 추가 무너졌다. 더위에 모든 감각 기관이 무뎌질지라도 생각이 하나의 방향으로 모이는 것이 신기하다. 이젠 딜레마에 시달리지 말고 하고 싶은 일에 뛰어들라고 말이다. 이토록 명징하게 ‘글’을 써보고 싶은 욕망이 내부에서부터 솟구치는 기분이 오랜만이다. 이제 모든 걸 걸고 쓸 때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면 내가 가고 싶은 불확실성으로 들어가고 싶다. 그것이 오랜 시간 찾아 헤매던 삶의 의미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유예기간을 두고 싶다. 딱 가을의 문턱까지만이라도. 예전처럼 짧은 호흡으로 정지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가고 싶다. 이젠 나에게 모질고 싶지 않다.
2016. 8월 10일 일기에서
사실 인생을 결정하는 극적인 순간은 종종 놀라울 정도로 사소하다.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삶에 새로운 빛을 비추는 일은 조용히 일어난다. 『 리스본행 야간열차』영화
2년 전 일기를 쓸 때. 불확실함 속으로 뛰어들고 결심을 유지할 줄을 몰랐다. 되짚어보면 나의 첫 책은
이미 ‘무언가를 결심하던 그 날’에 완성되었는지도 모른다.
사소한 순간이 쌓여 결정적 사건을 만든다. 그래서 믿는다. ‘그래 어쩌면’의 마음을. 아직 다가오지 않은 내가 모르는 삶의 순간들이 있을지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