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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엽미술 Jun 01. 2021

이건희 미술관, 그 행방은?

송현동에 이건희 미술관이 건립될 것인가?

 이건희,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국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었으리라. 삼성그룹 초대 회장인 이병철 이후 삼성의 2대 회장으로 한국 경제사의 거인이라 할만하다. 다만 이런 그가, 수많은 미술 작품 컬렉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과연 몇이나 알았을까?


이건희 컬렉션

 그의 컬렉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난 양이었다. 그러나 그 엄청난 양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질 역시 뛰어났다. 사실상 그의 컬렉션은 그야말로 '미술사'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 컬렉션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같은 우리나라 작품부터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등과 같은 서양미술의 대가들의 작품 등, 동서양을 막론했고, 그 시대의 폭 역시 근대 작품부터 우리 동시대의 작품까지 매우 폭넓다. 거기다가 불화같은 종교화의 영역도 가리지 않고 모았다. 즉,「모나리자」처럼 사실상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작품이 아니라면, 작품의 수준이나 그 미술사적 의의만 뛰어나면 제한을 두지 않고 모았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그 수준의 판단 역시 전문가들의 도움 아래 이루어졌고, 이건희 회장 스스로도 전문가 수준이었다니, 이 컬렉션의 수준에 대한 신뢰성은 의심의 여지가 있기 힘들 것이다. 이 방대함 덕분에 이 컬렉션을 하나하나 어려울 일이 될 것이다.


▣인왕제색도

 겸재 정선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정선은 조선 후기에 독자적 진경산수화를 확립한 인물이다. 실경 산수화가 실제 경치를 보고 외관에 충실히 그린 그림이라면, 진경 산수화는 실제 경치의 '본질' 혹은 '진실'을 담아낸 것으로, 경치를 보고 난 후 정선이 느낀 감동을 담아낸 것이라 하겠다. 

「인왕제색도」는 산을 그릴 때, 칠한 먹이 마르면 다시 덧칠해 중첩시키는 '적묵법', 도끼로 나무를 찍어낸 듯한 모양으로, 붓을 찍고 끌어당겨 그리는 '부벽준'이 사용되었다. 또한 산등성이에 좌우로 스쳐가듯 그려 실같은 '피마준'을 사용했고, 사이사이 '태점'을 찍어넣기도 했다. 소나무에는 편필이 사용되었는데, 편필의 사용에는 능숙한 솜씨가 요구되므로, 즉, 이 그림에서는 정선의 그러한 능숙한 필치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선은 이 그림을 절친한 친구의 임종을 앞둔 비애감 속에 그렸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국보 216호로 지정되어있다.  이는 또한 1973년부터 이건희 회장이 소장한 것으로, 이건희 컬렉션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이 「인왕제색도」 역시 유족들에 의해 사회에 기증되게 되었다.


 지난 2020년 10월 25일 이건희 회장이 타계하며, 그의 유족은 26조 원에 달하는 유산 중 60%를 사회에 기부 혹은 세금으로 납부하게 되었다. 이런 연유로 이건희 컬렉션의 일부도 우리 사회로 들어오게 된다. 이에 따라 2021년 4월 28일, 삼성 측에서는 이 컬렉션의 사회 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미술품은 모두 2만3000여점, 이는 총 15조 원을 넘는 규모로 예상된다. 치킨으로 계산해도 치킨을 10억 마리 사먹을 수 있는 돈이다. 치킨으로 환원해도 가늠이 안되는 숫자란 것이다.

 이 엄청난 컬렉션 중 사회에 기부되는 것은 대부분 고미술과 근대미술이다. 나머지 자코메티, 베이컨, 로스코 등 현대미술품 등은 삼성미술관 리움으로 가기로 예정되었다. 어쨌든 사회에 기부의 대부분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측으로 기부가 되는 것이다. 기부되는 2만3000여 점 중 「인왕제색도」를 포함한 2만1600점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게 된다. 또한 고흐, 고갱, 모네, 샤갈, 피카소 등 서양 근현대 미술품들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가게 된다. 하지만 이 두 곳 외에도 전남도립미술관에는 전남에서 활동한 동양화가 허백련의 작품이, 대구미술관에는 대구 대표 화가인 이인성의 작품이, 제주의 이중섭미술관에는 이중섭 작품이, 강원도의 박수근미술관에는 박수근의 작품을 기부하는 등, 지방에 있는 미술관 역시 그 특성을 고려해 기부가 이루어진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이 기부를 기려 '이건희 특별전'을 열 것으로 예정했기에, 우리도 이 컬렉션을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이건희 미술관

 2만3000여점, 이 엄청난 숫자를 작품을 전시하려면, 그에 맞는 전시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삼성그룹 유가족이 기부한 2만3000여점을 전시할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하는 방안을 내놓는다.

 이건희 미술관이 지어지는 지역은 당연히 막대한 이익을 누리게 될 것이다. 때문에 각 지역에서는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위해 목소리를 내었다. 이를 위해 대구, 세종, 수원, 용인, 진주, 의령, 광주 등 여러 지역이 언급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지방 지역 중에서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이건희 회장의 출생지인 대구, 혹은 삼성전자와의 관련성으로 보아 수원 인근 정도가 가능성이 있었다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2021년 6월 1일, 문체부는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이건희 미술관 건립 의사를 물었다. 또한 서울시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송현동은 그 위치 상 조선시대부터 고위 관료들의 집이있던 지역이다. 또한 과거 삼성생명에서 미술관을 건립을 하려다가 대한항공에 매각한 곳이었다. 이를 보유하던 대한항공에서는 개발제한 때문에 개발을 못하고 있었다. 그런 땅을 서울시가 매입하게 된 것이다. 기존에도 인근에 많은 미술관과 갤러리가, 거기다가 한옥마을까지 있는 지역이다보니, 이건희 미술관이 들어올 시, 그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겠다.

 문체부는 이번 6월 중에 최종 대상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사실 이렇게 되다보니, 송현동 부지로 이건희 미술관이 들어설 확률이 높아진 상황이다. 때문에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노리던 지방의 지자체들은 미칠 노릇이리라. 이런 상황에서 대구시장은 미술관과 야외문화복합공간 등을 건립할 비용 2500억 원 전액을 시비와 성금으로 지원할 의사를 냈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 시 생길 어마어마한 이익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그렇기에 대구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계속해 유치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건희 회장은 이 컬렉션을 마치 홀린듯이 모았다고 한다. 또한 나라가 하지 못하는 일을 그와 같은 입장에서 하려고 했다고 하니, 이는 국가적 입장에서도 한국 미술계의 입장에서도 고마운 인물이라 할만한 부분이다. 또한 이번에 여러 작품과 문화재가 대규모로 기증되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이는 국내적으로도 미술사 연구뿐만 아니라, 한국 미술 전반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국외적으로도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미술에서의 국격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고, 세계 미술에서 한국이란 것을 발전시킬 토대가 될 수도 있겠다. 




김민경, "[시그널] 서울시,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산다···'5,000억' 매매가격 재평가,"「서울경제」, 2021년 3월 31일.

임동근, "'이건희 컬렉션' 공개…국보급 문화재에 세계적 미술품 수두룩,"「연합뉴스」, 2021년 4월 28일.

노형석, "'이건희 컬렉션’ 2만3천여점, 국가 소장품으로,"「한겨레」, 2021년 4월 28일.

김현수, 손효림, 김상운, 김태언, "겸재 단원 모네 샤갈… ‘이건희 컬렉션’ 올여름 시민에 공개전시,"「동아일보」,2021년 4월 29일.

이은주,""돈 있음 된다? 이 의지는 광기" 이건희 컬렉션에 놀란 미술계,"「중앙일보」, 2021년 5월 1일.

강경주, "진짜 '이건희 컬렉션'은 따로 있다?…미공개 작품 봤더니 [강경주의 IT카페],"「한국경제」, 2021년 5월 1일.

변태섭, "'이건희 미술관' 서울 송현동에 반쯤 들어왔다... 지방에선 '반발',"「한국일보」, 2021년 6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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