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자취를 되짚어 보는 시간
하루 종일 눈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는 나. 눈으로 본 정보를 처리하느라 지친 뇌. 가끔은 내 뇌에게 쉴 시간을 주고 싶지 않나요? 이럴 때 할 수 있는 체험형 전시 <어둠 속의 대화>를 소개해 볼게요.
*이 글은 광고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좋았던 전시를 소개하는 글임을 밝힙니다.
전시 <어둠 속의 대화>는 1988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되어, 35년간 세계 각국에서 이어지고 있는 체험형 전시예요.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에 시작되어 오픈런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100분 동안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길을 안내해 주는 '로드마스터'의 목소리에 의존해 일상의 경험을 새로운 시각으로 채워가는 과정이에요. 이 전시는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고 가는 것을 추천해요. 스토리라인이 있는 체험형 전시의 특성 상, 내용을 알고 가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거든요.
어둠 속에서 진행되는 전시이지만, 이 전시는 단순히 '시각장애인 체험'이 아니에요. 우리 뇌는 끊임없는 '자극'에 노출되어 있지요. 그 중에서도 시각을 통해 받아들이는 자극은 전체의 약 80%에 달해요. 아침에 알람 확인을 시작으로, 자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지 않나요? 우리 뇌는 끊임없는 시각 자극으로 쉴 시간이 없어요.
하지만 이 전시는 시각을 차단한 채 어둠 속에서 진행되다 보니, 체험할 때는 내면에 집중하면서 '온전한 생각'이라는 걸 해 보게 됐어요. 눈 앞에서 무의식적으로 처리해야 할 자극이 없으니, 내 뇌가 '생각하는 힘'을 되찾은 기분이었어요. 평소 시각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했다면, 전시를 체험하는 동안에는 익숙하지 않은 감각(청각, 촉각 등)을 이용해 진정으로 내 경험을 구성해 나가는 주체성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는 이 전시를 2번 체험했는데요. 첫 번째는 2018년에 대학교 동아리 활동으로, 두 번째는 2020년에 사촌동생에게 시켜 주는 서울 구경 코스 중 하나로 방문했어요. 전시 내용은 같았지만, 시간이 흘러 제가 다른 사람이 되어서 경험하는 전시는 또 다른 통찰을 가져다 주었어요. (관람객의 34%가 이 전시를 재관람한다고 해요.) 개인이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살아온 세월에 따라 다른 시사점을 주는 전시라서 더 추천하고 싶어요.
전시를 체험하러 오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아주 다양해요. 가족, 연인, 친구 등 구성도 다 달라요. '같이 갈 사람이 없는데 어쩌지?' 망설이고 있다면, 혼자 온 사람들은 로드마스터가 짝꿍을 지정해 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스포일러가 될까 봐 전시의 내용을 많이 소개하지는 못했네요. 한 해가 가기 전, 어둠 속의 대화를 하러 떠나 보는 건 어때요? 매 순간 일하느라 지친 뇌에게 연말 선물로 100분의 휴식 시간을 주면서, 올해 내가 남긴 발자취도 되짚어 보는 거예요.
*대표 이미지 출처: <어둠 속의 대화>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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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9일 뉴닉(NEWNEEK)에 기고한 글을 재구성한 글입니다.
https://newneek.co/@lemon99/article/15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