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해 봤을 놀이
만3~만5세의 유아들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접할까요?
'애기들 아니야? 인공지능 접하기에는 너무 어린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틀린 이야기는 아니에요. 만3~만5세의 유아들은 인공지능의 개념을 직접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개념이 포함된 '놀이 자체'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현장에서는 유아들에게 인공지능의 개념을 제시하기에 앞서, '언플러그드 놀이'를 많이 해요. 즉,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고 인공지능 개념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하는 거예요.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고 어떻게 인공지능 개념을 가르친다는 거야?'라고 생각하실 여러분에게,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봤을 간단한 언플러그드 놀이를 2가지만 소개할게요.
*언플러그드(Unplugged) 놀이: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컴퓨팅 사고력을 기르기 위한 놀이
1. 유아 한 명이 속으로 생각한 단어(예: 가수)의 첫 글자를 말한다.
자몽이: "가!"
2. 나머지 유아들은 인공지능 역할을 맡아, 글자를 자동으로 완성해 본다.
나머지 유아들: "가... 가방?" "가게?" "가르쳐주다?"
3. 1번의 유아가 생각한 단어를 누군가가 맞히면, 차례를 바꾸어 다른 유아가 문제를 낸다.
4. (높은 연령의 경우) 놀이에 익숙해지면, 교사가 제시하는 글자들로 시작하는 문장을 이어 이야기를 지어 본다.
예: '가'방을 메고 친구랑 유치원에 가고 있었어요. '나'풀나풀 나비를 만났어요. '다' 같이 나비를 쫓아갔어요...
너무 간단한 놀이지요? 하지만 이 언플러그드 놀이는 인공지능 개념 중 '자동완성'을 배울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에요. 또 이 놀이에는 '빅데이터'의 개념도 포함돼요. 글자를 맞히는 나머지 유아들의 두뇌 속 모든 단어들이 데이터 베이스인 것이지요. 그러면서도 동시에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주고, 유아들 간 상호작용을 증진시켜요.
*팁: 이 놀이는 발달장애 유아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어요. 꼭 정답을 맞히지 않아도 '그 글자로 시작하는 아무 단어나 말하는 것' 자체가 유아들에게 재미있는 놀이이기 때문이에요. 발화가 어려운 유아라면, 글자 카드를 여러 개 준비한 다음 랜덤으로 글자 카드를 들게 할 수도 있어요. 그렇게 만든 단어가 말이 되면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유아들은 모두 재미있어 한답니다.
유아들과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기 위해 검색을 하면, 자동완성되는 검색어들이 주루룩 뜨는 걸 보고 유아들은 이렇게 질문해요.
자몽이: "(글자를 모르는 유아) 선생님, 저 밑에 뭐라고 뜨는 거예요?"
레몬이: "(글자를 아는 유아) 선생님, 선생님이 뭐라고 칠지 어떻게 알아요?"
이 놀이를 하고 나면 이렇게 설명해 줄 수 있어요.
교사: "자동완성 놀이할 때 어땠니? 너희가 알고 있는 단어들로 친구가 생각한 단어를 맞히려고 했지? 그것처럼 컴퓨터도 자기가 알고 있는 것들 중에서, 선생님이 생각하는 게 뭔지 맞히려고 하는 거야."
1. 교실 내에 출발점과 도착점이 있는 길을 마련한다.
2. 자동차 역할을 하는 유아 한 명이 출발점에 서서, 안대로 눈을 가린다.
3. 다른 유아들은 자동차가 된 유아에게 청각적 단서를 제공한다. (예: "앞으로 세 걸음 가!", "멈춰!", "오른쪽으로 돌아!")
4. 자동차가 된 유아는 청각적 단서만을 듣고 길을 따라 도착점까지 간다.
이것도 여러분이 많이 해 본 놀이이지요? 이 언플러그드 놀이를 통해 유아들은 '강화학습'의 개념을 배울 수 있어요. 자동차가 된 유아에게 '어떻게 말해야(명령어)' 가장 빠르게, 다치지 않고, 효과적으로 도착점까지 갈 수 있는지 학습하게 되는 것이지요. (실제 유아가 자동차 역할을 하기 때문에, 놀이가 무척 조심조심 천천히 진행되는 것도 교사 입장에서는 덤이에요.)
*강화학습(Reinforced Learning): 반복적인 시행착오 상호작용을 통해 작업 수행 방법을 학습하는 머신러닝 기법
*팁: 이 놀이는 시각장애 유아, 지체장애 유아들도 참여할 수 있어요. 지체장애 유아가 자동차 역할을 한다면 길 폭을 좀 더 넓혀 주거나, 출발점과 도착점까지의 거리를 좁혀 금방 도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추가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 있겠지요.
일부 교육 현장에서는 '엠봇'과 같은 교육용 자율주행자동차를 이용한 코딩 교육을 하기도 해요. 코딩 교육이 대세이기는 해요. 하지만 면대면 상호작용을 통한 학습이 더 중요한 유아기에는, 코딩이 연령에 완전히 적합한 교육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대신 위와 같은 언플러그드 놀이를 먼저 진행한 후, 교사와 함께 교육용 자율주행자동차를 이용해 다른 반에 놀잇감 배달해 보기 정도는 할 수 있겠지요.
오늘 소개한 언플러그드 놀이들은, 여러분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한 놀이일 거예요. 하지만 그 안에는 이렇게 인공지능의 원리와 개념이 숨어 있다는 점! 다음 주에는 인공지능이 적용된 여러 어플리케이션들이 유아특수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본격적으로 소개해 볼게요.
2024년 8월 18일 뉴닉(NEWNEEK)에 기고한 글을 재구성한 글입니다.
https://newneek.co/@lemon99/article/11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