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특수교사가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

하원 때마다 이야기를 나누던 어머니, 아버지들께

by 레몬자몽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개별화교육평가회*를 준비하면서, 간만에 보호자 분들과 오랫동안 마주 보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등하원 때 주차장으로 먼저 뛰어가려는 아이를 양손으로 붙잡고서, 속사포처럼 대화를 나누던 평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나보다 (높은 확률로) 나이가 더 많으실 보호자 분들을 앞에 두고 더 이상 긴장하지 않음은 물론이거니와, 오히려 개인별로 조언과 격려의 멘트가 떠오르는 걸 보면 나도 교사 생활이 어느 정도 몸에 뱄나 보다.


*개별화교육평가회: 특수교육대상유아의 교육적 요구에 맞추어 수립된 '개별화교육계획(IEP)'이 적절하게 실행되었는지, 그리고 유아의 발달과 학습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되었는지를 공식적으로 점검하는 회의. 보호자, 특수 교사, 통합학급 교사, 특수교육실무사, 원장, 원감 등이 참석한다.


초등도 중등도 아닌 '유아'특수교사로 일하며 매년 느끼는 점이 있다. 특수 유아의 보호자 분들이 미어캣 같다는 점이다. 등하원 때 보면 항상 목을 빼고 주변을 살피며, 불안한 눈빛으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계신다. '우리 아이가 오늘은 잘 지냈나? 우리 아이가 이 곳에서 환영받고 있나?'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이 곳의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를 예뻐해 주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진 않았을까? 선생님을 힘들게 하지는 않았을까? 아이가 아침에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무슨 일이 생기진 않았나?' 하는 걱정도 있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공감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유아특수교사'이면서 동시에 발달장애 동생을 둔 '가족'이기에, 그 눈치 보는 마음을 이해한다. '저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되는데.'라고 속으로 늘 생각한다. 그래서 특히 유치원에 처음 상담을 하러 오시는 특수 유아의 보호자 분들을 대할 때마다, 최대한 따뜻하고 환영하는 느낌으로 상담을 하려고 노력한다. 말투와 표정, 제스처, 상담 공간의 분위기까지 고루 신경쓰면서.


오늘 글에는 올 한 해 유아특수교사로서 보호자 분들을 만나며 했던 말들, 그리고 못다한 말들을 담았다. 내년에 연수휴직을 하고 대학원에 가면 당분간 일선에서 보호자 분들을 만나기는 어려울 테니, 글로라도 마음을 전해 본다. 내가 어디에서 무얼 하든, 내 마음은 항상 특수 유아와 그 가족들을 향해 있기에.



장애 자녀를 둔 보호자 분들께

지금은 깜깜한 터널을 지나가는 것 같겠지만,
앞으로 여러분의 자녀와, 여러분을 온 마음을 다해서 도울 사람들을 많이 만날 거예요. 생각보다 더 많이요.
그러니 너무 주눅 들지 마시고 세상을 꿋꿋이 살아가세요.
무엇보다, 지나치게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 않으시면 좋겠어요.
반대로 지나치게 '난 강해져야 해.'라는 생각으로 전쟁처럼 치열하게 살지 않으셔도 돼요.
흘러가는 대로,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다 살아져요.
내 자녀를 맡기는 기관과 그 사람들을 더 믿어주시고, 무엇보다 내 자녀를 믿으세요.

예상치 못한 일들을 셀 수도 없이 많이 겪으실 거예요.
창피한 일, 생각만 해도 손발이 덜덜 떨리는 일, 후회되는 일, 치가 떨리는 일, 가슴이 미어지게 속상한 일도 있을 거예요.
한 가지 분명한 건, 여러분은 여러분의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는 점이에요.
만약 비장애 자녀가 있다면, 그 자녀에게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과연 최선을 다했나?' 싶은 순간도 그때의 여러분에게는 최선이었어요.
여러분의 자녀도 언젠가는 그걸 알아줄 거예요.
만약 내 자녀가 그걸 알아주지 못하는 것 같다면, 제가 그 마음을 알아드릴게요.

그동안 저와 기관을 믿고 아이를 맡겨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여러분의 자녀를 만나서 저는 참 행복했어요.
여러분의 자녀 덕분에 즐거운 추억이 많이 생겼고, 제가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어요.
귀한 자녀를 제 삶에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와 유아특수교육 현장에 더 많은 것을 바라셨던 보호자 분들께.
여러분이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하신 만큼, 저도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답니다.
만일 그게 부족했다면 진심을 다해 사과드려요.
하지만 그래서 저는 우리 아이들과 그 가족에게 더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자 계속 배우고 노력할 거예요.
더 많은 가족들을 보듬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볼게요.

여러분께 잠시나마 숨을 고르고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를 늘 기도하고 있어요.
오늘 하루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빌려, 내 짧은 교사 생활 동안 만난 보호자 분들께 너그러운 이해를 구한다. 특히 교사 1년차 때 만난 보호자 분들께. 뭣도 모르고 우리 아이들을 예뻐하는 마음 하나로 1년을 버티던 때가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 서류 하나도 깔끔하게 준비 못해 주고, 달달 떨리는 목소리로 내가 더 긴장해서 상담을 하던 시기였다. 그런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나도 있을 수 있었다. 그때 만난 아이들에게 더 잘해 주지 못해, 또 보호자 분들께 더 잘해 드리지 못해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함께 전한다.


*현장에서는 '학부모' 대신 '보호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글 제목에는 이해의 편의를 위해 더 널리 사용되는 '학부모'라는 표현을 썼다.


*대표 이미지 출처: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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