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장애 자녀가 있다면 보세요
※ 글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오늘은 유아특수교육 현장의 자연스러운 일상 속 장애공감교육 이야기이다. 장애 자녀를 둔 보호자 분들이 보셨으면 한다. 장애 진단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친구들이 내 자녀를 잘 받아들여줄까?'하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요즘은 전보다 장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올라갔지만,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걸 안다.) 생각보다 유치원은 당신의 자녀를 환영할 것이며, 당신의 자녀는 통합유치원에서 잘 지낼 것이라는 말을 해 주고자 이 글을 쓴다.
"선생님, 지난번에 햇님이네 집에 놀러갔는데요. 햇님이네 오빠는 손을 막 이상하게 움직여요."
한 여자 어린이가 나에게 와서 말했다.
"햇님이네 오빠는 로봇이 눈앞에 있지도 않은데 자꾸 있다고 해요. 그러면서 손을 이상하게 움직여요."
여자 어린이가 말하는 '햇님이네 오빠'는, 자폐성 장애가 있다. 로봇을 매우 좋아하고, 좋아하는 걸 볼 때면 손가락을 눈앞에서 조종하듯 움직이며 감각 추구를 하는 습관이 있다.
나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너희도 괴물 없는데 괴물 있다고 상상하면서 놀잖아. 아기 있다고 상상하면서 엄마아빠 놀이도 하고. 그 친구도 그런 거 아닐까?"
그러자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토론장을 열었다.
"아, 그러네? 근데 생각해 보니까 손 움직이는 것도, 햇님이 너도 신나면 막 몸을 흔들잖아?"
"맞아. 너희 오빠도 신나니까 그냥 손을 그렇게 움직이는 거 아닌가?"
"아니면 신날 때, 오빠한테 손 대신 몸을 이렇게 움직이라고 가르쳐 줘 봐."
"그럼 김햇님 선생님인가?"
"그런데 선생님이 왜 이렇게 키가 작지?"
"작은 선생님도 있을 수 있지."
"나 지하철 탔는데 진짜 키가 작으신 할아버지 본 적 있어."
"그것 봐."
"근데 손 움직이는 게 뭐 어때서?"
그러게. 생각해 보니까, 햇님이네 오빠는 그냥 그렇게 태어난 것 같은데?
맞아. 햇님이도 장난 많이 치니까, 햇님이네 오빠도 그냥 장난 많이 치는 그런 거 아닐까?
'맞아. 햇님이네 오빠는 신이 나면 그렇게 해. 그냥 그렇게 태어난 거 맞아.'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겉으로는 어린이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교사가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어린이들은 있는 그대로를 보고, 자신이 가진 틀 안에서 적당한 결론을 내린다. 거창하게 '장애공감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캠페인을 하지 않아도 어린이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이해한다. '장애'라는 생각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그건 아예 틀 자체에 없는 개념이니까. 크면 알게 되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또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별님이는 마스크나 안경을 쓴 사람을 보면, 손으로 얼굴 쪽을 쳐서 그걸 벗겨 버리는 행동을 했다. 별님이는 '마스크'나 '안경'의 용도를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마스크나 안경은 올바른 '사람의 얼굴 형상'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으니 그게 과격한 행동으로 나타나는 어린이였다.
2학기에 하루는 반 친구의 얼굴 쪽을 쳤다. 이번에는 내가 손을 순식간에 붙잡아서 마스크 끈이 끊어지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친구의 얼굴에 손이 간 상태였다. 별님이에게 무척 친절하고 잘해 주는 여자 어린이였다. 순간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별님아, 안 돼!'라고 단호하게 말한 뒤 친구에게 사과하도록 했다. 내 속마음은 '별님이에게 정말 잘해주는 친구인데,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을까?'부터 '이제는 별님이에게 잘해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별님아, 넌 이 친구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주는데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거니? 온갖 특수교육적 지원을 다 해보는데도 왜 이 행동이 수정되지 않는 거니?' 등 여러 곳으로 튀었다. 하지만 정작 여자 어린이는 짜증을 내거나 울지 않고, 우선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나와 통합학급 선생님은 여자 어린이가 진정할 수 있도록 다독여 주고, 별님이에 대한 설명을 조금 더 해 주었다. 여자 어린이는 오전 내내 얼어붙은 것처럼 살짝 긴장한 눈치였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나서 조용한 책읽기 시간이 되자, 도로 마스크를 쓰며 별님이 옆에 다가오길래 내가 기겁을 했다. 그러자 여자 어린이가 이렇게 말했다.
별님이는 제 얼굴이 그렇게 보고 싶은가 봐요! 별님이가 마스크 안 치고 예쁘다~ 해 주는 연습 중이니까 제가 마스크를 도로 써야겠어요!
그 말을 들은 내 속은 정말 '맙소사'였다. 내가 1학기 내내 어린이들에게 했던 말을 여자 어린이가 똑같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학기 때 별님이가 내 얼굴을 수십 번을 쳐도 내가 매번 마스크를 다시 쓰자, 어린이들이 물었다.
"별님이는 왜 맨날 선생님 얼굴을 쳐서 마스크를 벗겨요? 선생님은 왜 계속 다시 마스크를 쓰는 거예요? 안 무서워요?"
"선생님도 무서워. 그런데 별님이는 선생님 얼굴이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야. 마스크를 쓰면 선생님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야. 그래서 '마스크 써도 똑같은 선생님이구나'하고 배우는 중이야. 별님이가 마스크 안 치고 예쁘다~ 해 주는 연습 중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 뒤로 별님이는 친구 여럿을 쳐서 마스크를 끊어 먹었다. 그때마다 친구들은 토끼처럼 놀라기는 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 과정에서 아무도 다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기는 하다. 혹 문제가 될까봐 적는데, 교사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는 다 했음에도 막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더라. 그 어린이들에게도 충분히 설명해 주고 다독여 주었다.) 결국 별님이는 그 행동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지만, 빈도가 많이 줄어서 초등학교에 갔다. 별님이와 1년 동안 같은 반을 한 어린이들과 그 보호자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두 가지 에피소드만 가져왔지만, 사실 통합유치원에서는 매 분, 매 초가 모두에게 배움의 순간이다. 어린이들에게도, 교사에게도, 보호자에게도. 장애가 배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낙인'이 되는 순간은 많지 않다. 그냥 '다양성'이라는 이름의 카테고리에 들어갈 뿐이다. 어린이들은 교사의 도움을 받아, 낙인이 아닌 '다양성'의 렌즈로 세상을 이해한다.
또 현장에는 예전보다 훨씬 많은 유아특수교사들이 당신의 자녀와 함께하고 있다. 자녀의 장애 진단을 받고 유치원에서 따돌림 당할까봐 걱정하시는 보호자가 내 앞에 앉아 계시다면, "너무 겁내지 않으셔도 돼요."라고 말하며 다독이고 싶다.
*대표 이미지 출처: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