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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캐스터 레몬 Dec 20. 2021

독서는 싫고요, 글부터 쓰고 싶습니다

『뭐든 제대로 하기 프로젝트』epsode.2 어허 읽기를 건너 뛰려고?

읽기는 중요한데


 문학 유튜브를 진행하다보면 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아니, 그럴 때가 있다는 표현보다는 매번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느라 진땀을 흘린다고 하는 편이 맞겠군요. 모두가 공감하는 내용은 아니거든요.


 전체 소설을 읽어본 적도 없이, 시험지에 조각난 문학 지문만을 공부하는 10대에게 문학을 쉽게 들려주겠다는 취지로 시작했던 유튜브였습니다. 문학을 어렵게 만드는 장벽을 무너뜨리겠다는 목표였죠. 소설을 아우르는 역사적인 배경, 시대적인 용어와 전문 용어 정리,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풀어서 들려주었습니다. 그러기만 하면, 구독자들이 문학을 친근하게 느끼며 저절로 책을 읽게 될 것이라는 착각이었습니다. 그동안 유튜브에 올린 문학 소개 영상만 300개가 넘는데, 영상들에는 주로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와! 문학을 이렇게 재미있게 요약해 주시다니, 숙제하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긴 글을 안 읽고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어서 너무 유용한데요?'


 책의 두께만 보고 출발선에서 두려워하는 학생들을 위해 문학 지도를 그려주었더니, 지도만 보고 목적지에 도달했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감사한 말씀이었고 또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소설 한 편 읽을 시간도 없는데, 전문을 쉽게 들려주는 영상이 있다니, 이를 마다할 수험생이 있을까요?


 문제는 채널의 성격이었습니다. 점점 수험 문학 위주로 채널의 콘텐츠가 굳어지다 보니, 제가 올린 영상들은 읽기와는 무관한 콘텐츠가 되어 갔습니다. 그리고 수험생활을 하면서 의무적으로 봐야 하는 콘텐츠로 변질되었죠. 제 기획의 한계를 체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본능적으로 싫은 걸요

 반년 정도 영상 업로드를 쉬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새로 맡은 프로젝트가 버겁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속으로는 재정비가 절실하다고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다양한 분야의 책도 읽고 영상 편집 기술도 더 배울 생각이었습니다. 그동안은 구독자 분들이 신청해주신 작품을 읽고 영상을 만들기도 벅차서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으니 밀린 독서를 해보겠다는 기대도 있었죠.


 결과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애초에 4개월로 잡았던 휴식기는 점점 늘어났지만 프로젝트에 치이고 스트레스에 치이다 보니 집중해서 책 한 권 읽기도 힘들었죠. 독서량을 대충 가늠해보니 프로젝트에 필요해서 의무감으로 읽었던 책을 제외하고는 0에 수렴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나는 본능적으로 독서를 싫어하는 인간이었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어렵게 살 필요는 없습니다. 본능적으로 싫다면 안 하면 될 일이죠. 싫은 일을 억지로 하려다 보면 일을 그르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궁금해졌습니다.


'왜 밥 먹듯이 책을 읽을 수는 없을까?'

 

 다행히 저만 그런 인간은 아니었습니다. 인간의 뇌는 '보는 영역'과 '말하는 영역'은 따로 존재하지만 '읽기 영역'이라고 콕 집어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합니다. 진화적으로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죠. 인류는 약 50만 년동안 자연적으로 눈 앞의 사물을 '보고' 음성 언어로 '소통했'지만 문자는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의 산물이면서 그 역사는 고작 3000년이니까요.


 그래서인지 문자를 읽을 때 인간의 뇌는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정확한 자료로 전달하기 위해 뇌의 사진을 인용했지만,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가능합니다. 문자를 읽으려면 일단 '눈으로 보'고 그림처럼 구불구불 씌인 문자를 '개념으로 조합'해서 '받아들이'고 문자의 덩어리를 더해 내용을 '이해하'고 '해석해'야 합니다. 겨우 읽고 또 읽어서 뇌 속에 읽기 구조를 만들면 그나마 독서가 수월해집니다. 읽는 속도도 빨라지고 이해도 쉬워지죠. 이렇게 쌓아 올린 능력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장기간 독서를 쉰다? 뇌 속의 읽기 구조는 독서를 한 적이 없는 뇌처럼 도로 퇴화합니다.     


출처: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3/04/2016030400330.html

 

쓰기를 위한 읽기


 쓰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있는 여러 단어들을 미리 익혀 놓은 상태에서, 상황과 독자를 고려해가며 단어를 골라내야 하는 작업이죠. 제가 좋아하는 레고에 비유해 볼게요. 저는 레고로 거대한 건물을 만드는  좋아해요. <미녀와 야수>,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성과 호그와트를 만들기도 했죠. 만약 제가 새로운 건물을 만들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미 만들어 놓은 건물 중에 하나를 해체해서 여분의 블럭을 만들어야  거예요.


저는  해체 작업이야 말로 읽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있는 여분의 단어들과 문장들, 구조를 모으는 작업,  작업이 바로 읽기에서 이루어지거든요. 작은 블럭이 쌓이면 높다란 벽을 지을  있고, 벽이 모이면 층이 되고, 층이 모이면 멋진 건물 됩니다.  모든  작은 블럭에서 시작되죠.


 엄포를 놓으려는  아닙니다. 독서량이 적은 사람은 글을 쓰지 말라고 겁주는 것도 아니에요. 다만  좋은 글을   있는 방법이, 여러분이 그토록 쓰고 싶어하는 '' 있다는 점을 떠올리시면 좋겠습니다. 겨우 벽만 쌓을  있었던  글이, 읽기를 통해 멋진 빌딩 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있을까요?


세상의 수많은 나그네 독자도 마음을 기댈 멋진  기다리고 있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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