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희의 외할머니는 감읍 1리 인싸였다. 그는 관광버스만 타면 손가락을 허공으로 찌르며 몸을 흔들어댔다. 현란한 사이키 조명과 옷에 수 놓인 강렬한 붉은 꽃들이 버스 안에서 꿀렁댔다.
그와 달리 외할아버지는 내향인이었다. 매일같이 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 할머니가 차린 술상에 빨간 뚜껑을 따곤 했다. 반찬은 그날 잡은 생선과 물미역, 초장, 김치 정도. 그는 묵묵히 자작하고 연달아 잔을 비웠다. 눈은 KBS1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옆의 재희는 열린 음악회나 전국노래자랑을 보며 그의 음악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현철, 주현미, 송대관...
작은 마을에 개개인의 노래취향이랄 건 없었다. 외할아버지가 좋아라한 노래는 감읍 1리의 취향과 맞았다. 외할머니 손을 잡고 따라간 솔나무밭 마을 회관에서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재희는 따라 불렀을 뿐. 대낮에 막걸리를 마시던 옆집 할머니들의 눈이 반짝였다.
"얼라가(애기가) 이 노래 우째 아노?"
"아고~ 지 할매랑 똑 닮았네"
재희는 의아했다. 마치 유명 드라마의 대사처럼.
"아는 노래가 나와서 아는 노래라고 한 것인데 왜 아느냐고 물어보면..."
물론 4살의 재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무 개가 넘는 눈알을 카메라로, 열린 음악회의 조명으로 여기며 누런 장판을 누볐다. 하지만 재희는 몰랐다. 노래가 세포를 자극해 몸이 근질거려 춤을 추는 것인지, 외할머니가 몸을 흔드니 그저 따라 추는 것인지 아니면 마을 할머니들의 칭찬에 자동으로 몸이 움직이는 것인지.
뭐든 상관없었다. 이 공간에서 만큼은 모든 이들이 자신을 예뻐한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날 재희는 춤을 추다 홍해 할머니 무릎에서 잠들었고 할머니들이 깨워 챙겨주는 밥을 먹고 또 한 번 춤을 췄다. 그리고 해가 저물어갈 때쯤 외할머니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1시간쯤 흘렀을까. 외할머니가 안방에서 소리쳤다.
"재희야! 재희야이!!"
공연을 마친 후 곤히 자던 재희는 겨우 눈을 떴다. 눈을 떠보니 어둠 속에서 티비를 켠 채 졸던 할아버지도 놀라 눈을 껌뻑이고 있었다.
-다음 화로 이어짐-
*픽세이브 장르로, 허구와 자전적 이야기가 혼합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