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나도 그랬을 때가 있었다. 갓 제대를 하고 들뜬 마음으로 첫 직장에 출근해서도 오로지 자신감 하나만 가지고 사회에 부딪힌 파릇파릇한 사원 시절. 그리고 이 사회라는 바람에 조금씩 깎여나가고 다듬어지면서 군과 관련된 자부심은 바깥으로 표출하는 것이 아닌 마음속으로만 가지는 것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2번의 이직을 겪고 현재의 직장을 다니면서 몇 가지 깨달았던 중요한 점이 있다.
<막내는 막내다>
회사에 입사하면 사원증을 목에 걸고 사원이라는 직급의 명함을 발급받는다. 예전에 몇 명을 지휘했는지 무슨 상을 받았고, 어떤 주특기를 가졌는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냥 막내일 뿐이고 모든 업무를 처음부터 배워야 한다. "예전에 내가 xx였는데"라는 마음가짐이 가장 위험하고 쓸데없는 생각인 것이다. 이건 직장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갈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예전에 이랬는데 지금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겠냐, 또는 그런 행동을 하겠냐 싶은 생각은 버려야 할 1순위 생각이었다.
<묵묵히 본인의 역할을 다하면 언젠가는 빛을 발한다>
직장상사의 비위만 맞추거나 친한 직원들끼리 모여서 험담을 하는 일부 직원. 소위 "라인"이라고 불리는 줄을 잘 타야 한다는 식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결국은 업무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회사에서 도태된다. 실제로 그런 직원이 승승장구하며 진급하다가 한순간에 좌천되는 과정을 본 적이 있었다. 내가 일하거나 고생하는 것을 억지로 티 내지 않아도 언젠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보상을 받게 되어있다.
<본인만의 강점을 최소한 하나는 가져야 한다. 그리고 많을수록 좋다>
예를 들어 본인이 맡은 주 업무에 대해 단순한 과정 그 이상으로 파고들어 회사 내에서 정말 "이 업무" 만큼은 아무도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을 정도로 뛰어넘는다면 어떻게 될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사람들이 나를 대하지 못한다. 이러한 강점이 많으면 많을수록 회사에서 전문가가 되고 직무경력이 쌓인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만 하다 보니 중간 직급의 대리가 되었다. 뒤늦게 장교 출신인 것을 알게 된 회사 사람들에게 "오, 장교 출신이었구나 어쩐지"라는 말을 듣는 게 개인적으로는 가장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