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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낙타 Jul 04. 2020

너, 장교 출신이었어?  

종종 회사에서 혹은 저녁식사 도중 지인과 선후배가 나에게 물어보곤 한다. 그러면 나의 대답도 항상 정해져 있다. 고개만 끄덕이거나 "네"라는 짧은 대답만 한다.


사람마다 각각 성향이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의 성인 남성들이라면, 특히나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 중의 하나가 군대 이야기이다. 육군, 공군, 해군, 해병대 등등 본인의 출신부터 시작해서 한 명씩 대화의 물꼬를 트면 그날은 일찍 집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날.


남자끼리 모여서 무슨 말들이 그렇게 많은가 싶겠지만 군대 이야기가 나오면 눈빛부터 달라진다는 점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이러한 국방의 의무는 일면식이 없는 어색한 남자들까지도 공통된 주제를 가지게 해 주고 금세 친해진다. (물론 여성이 1명이라도 있을 때 축구와 군대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분위기는 이상하게 흘러가고 실제로 그런 광경을 종종 볼 수 있다)


대화를 주로 들어주는 편이다 보니 나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이다. 말을 주도하는 쪽과 경청하는 쪽을 비교하자면 항상 들어주는 쪽이 마음 편했다. 혹시나 모를 말실수를 줄일 수도 있고 자질구레한 것까지 이야기를 하지 않는 성격이라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장교였냐는 질문에 짧은 대답을 하면 다시 돌아오는 대부분의 반응.

"네가? 진짜 장교 출신이라고?"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일 수도 있고 진심일 수도 있지만(진심이라면..) 놀라는 주된 이유는 대부분의 장교 출신들은 자신 있게 본인을 장교 출신이라고 기회가 될 때  종종 말하는데 그런 말을 전혀 하지 않으니 몰랐다는 것.


생각해보니 나도 그랬을 때가 있었다. 갓 제대를 하고 들뜬 마음으로 첫 직장에 출근해서도 오로지 자신감 하나만 가지고 사회에 부딪힌 파릇파릇한 사원 시절. 그리고 이 사회라는 바람에 조금씩 깎여나가고 다듬어지면서 군과 관련된 자부심은 바깥으로 표출하는 것이 아닌 마음속으로만 가지는 것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2번의 이직을 겪고 현재의 직장을 다니면서 몇 가지 깨달았던 중요한 점이 있다.



<막내는 막내다>

회사에 입사하면 사원증을 목에 걸고 사원이라는 직급의 명함을 발급받는다. 예전에 몇 명을 지휘했는지 무슨 상을 받았고, 어떤 주특기를 가졌는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냥 막내일 뿐이고 모든 업무를 처음부터 배워야 한다.  "예전에 내가 xx였는데"라는 마음가짐이 가장 위험하고 쓸데없는 생각인 것이다. 이건 직장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갈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예전에 이랬는데 지금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겠냐, 또는 그런 행동을 하겠냐 싶은 생각은 버려야 할 1순위 생각이었다.


라떼는말이야 허허



<묵묵히 본인의 역할을 다하면 언젠가는 빛을 발한다>

직장상사의 비위만 맞추거나 친한 직원들끼리 모여서 험담을 하는 일부 직원. 소위 "라인"이라고 불리는 줄을 잘 타야 한다는 식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결국은 업무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회사에서 도태된다. 실제로 그런 직원이 승승장구하며 진급하다가 한순간에 좌천되는 과정을 본 적이 있었다. 내가 일하거나 고생하는 것을 억지로 티 내지 않아도 언젠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보상을 받게 되어있다.


<본인만의 강점을 최소한 하나는 가져야 한다. 그리고 많을수록 좋다>

예를 들어 본인이 맡은 주 업무에 대해 단순한 과정 그 이상으로 파고들어 회사 내에서 정말 "이 업무" 만큼은 아무도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을 정도로 뛰어넘는다면 어떻게 될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사람들이 나를 대하지 못한다. 이러한 강점이 많으면 많을수록 회사에서 전문가가 되고 직무경력이 쌓인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만 하다 보니 중간 직급의 대리가 되었다. 뒤늦게 장교 출신인 것을 알게 된 회사 사람들에게 "오, 장교 출신이었구나 어쩐지"라는 말을 듣는 게 개인적으로는 가장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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