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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선샤인 Jul 27. 2022

코로나에 지지 않으리라

코로나에 전멸된 4인 가족 그러나 지지 않으려는 노력의 기록

코로나가  짧은 방학을 앗아갔다. 방학식 전날 첫째의 확진으로 급하게 조퇴를 하였고 방학식 당일 오전 나도 확진을 면하지 못했다.


그날 점심 무렵부터 시작된 고열과 오한 그리고 근육통으로 며칠을 앓아누웠다. 첫째도 열이 39 밑으로 내려오질 않아 나는 2시간 간격으로 첫째의 체온을 재고 해열제를 먹이면서  체온도 틈틈이 재면서 약을 먹었다. 고열이  몸을 지배하였고 열이 펄펄 끓는데도 오한이 멈추지 않아  몸을 덜덜 떨었다. 두통은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나는 첫째 약을 언제 먹였는지, 이제  해열제를  시에 먹어야 하는지 온전한 정신으로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조금만  극으로 가게 되 정신을 잃겠다  정도로 흐려지고 있던 다음 .  이틀을 꼬박 끙끙 앓고 나자 조금 통증이 나아졌다. 고열이 가라앉자 다음으로 이어지는 근육통이  온몸을 잘근잘근 씹어 놓는 것처럼 아팠다.


둘째에게 옮길까 두려워 비어있는 오피스텔로 첫째를 데리고  몸을 뉘었다. 좁은 1인용 침대에서 며칠을 둘이 잤다. 불편하고 좁았고 답답했다. 기력을 차린 첫째가 심심하다고 보챘지만, 나갈 수도 없고 나갈 데도 없었다.      


그렇게 다섯째 밤이 지났고 집으로 왔다. 이번에는 둘째와 남편이 부산으로 내려갔다. 혹시나 옮길까 두려워 그렇게 하기로 했다. 사흘의 밤이  지났고 이제야   같았다. 격리 해제날, 아직 두려웠지만  이상 따로 있을  없는 상황에 가족들이  같이 만났다. 이제는 괜찮겠지, 이제는 방학을 즐겨야지 하고 새롭게 마음을 먹은 월요일. 둘째 체온이 오르기 시작했다.


38. 혹시나. 설마. 아닐 거야. 했지만 키트 검사 결과 두줄이 떴고 하늘이 한번  우르르 무너졌다. 3 남짓의 짧은 방학. 그렇게  학기 동안 기대하고 고대했던  방학이었다.  주는  격리로 날아갔는데... 이번 주도 이렇게 격리를 하며 보내겠구나. 눈물이 원통함으로 이어져 흘러내렸다.     


 나에게 이런 불행이 계속될까. 겨우 죽다 살아났는데, 이제는 행복해야지 했는데.  또다시 이런 고통이 찾아온 걸까. 누구를 원망해야 할지 모르지만, 원망스러웠다. 누군가 대상이 있다면 죽을 만큼 미워하고 싶었다.     


둘째의 확진 이튿날, 남편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로서 우리 가족은 코로나에 전멸되었다. 그렇게 피하려고 애쓴 지난 2 간의 노력은 깨져버렸다. 우리는 힘없이 당했고 오래 아파야 했다.      


이렇게 눈물과 고통과 원통함으로만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아파서 멈추고 있던 새벽 기상을 시작했다. 새벽 4  맞춰둔 알람이 한참을 울려 5시에 눈을 떴다.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이었다. 그러나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고통에 잠식되지 않을 테다. 이겨낼 테다. 내가 극복해내겠다. 나는 양말을 신고 운동화에 발을 넣었다. 아직 어두운 하늘이 펼쳐져있었다. 발을 내디뎌 호수 공원으로 향했다.  시간을 걸었다. 상쾌한 새벽 공기와 조잘거리는 새소리가 기분을 한껏 가볍게  줬다.  짧은  시간이  삶에 의미를 더해줬다. 갇혀있는 삶에 굴복하지 않고 내가 스스로 걸으며 개척해나가겠다는 의지.  마음이 상징처럼 걸음으로 옮겨졌다. 무기력하게 넘어져있지만은 않을 거라는 용기.  삶은 끝이   아니니까.      


삼일째 새벽을 걷고 있다. 다시 책을 들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고 있다. 걷고 읽는 삶. 내가 좋아했던 삶의 태도. 다시 새로운 날이다. 무너지지 않겠다. 모든 게 잘될 거라고. 다시 주문을 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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