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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May 05. 2019

자본주의에서 돈보다 중요한 것

자본주의는 정말 돈이 다일까? 자본주의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 것일까?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 화폐를 먼저 이해하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자본주의에서 화폐(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 자본주의의 주요 수단, 화폐(돈)


거래를 할 때마다 매번 화폐를 이용한다. 요즘이야 온라인으로 쉽게 거래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폐의 개념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화폐를 떠올리면 종이돈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화폐의 명확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 화폐란?
교환경제 사회에서 상품의 교환, 유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일반적인 교환수단 내지 일반적 유통 수단 - <네이버 지식백과> 중

옛날에는 화폐가 참 다양했다. 돌, 짐승의 뼈와 이빨부터 시작해 조개 화폐 등도 모두 화폐단위였다. 그러나 이런 것들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부패 및 훼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종이돈을 반으로 자르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것들 역시 훼손되면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화폐가 화폐로써 기능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1. 물물교환의 대상이 될 만큼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

2. 시장에서 물물교환의 대상으로써 대중적으로 쓰일 수 있을 만큼 그 수량이 충분할 것

3. 가치 저장 수단으로써 쓰일 수 있을 만큼 그 가치가 안정적일 것


화폐가 등장하기 이전에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서로 물물교환을 했는데, 문제는 리스크가 큰 교환 방법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내가 소를 가축 하고 있는데 겨울이 다가오기에 신발을 구해야 한다. 그런데 신발 하나를 사기 위해 소 한 마리와 1:1 교환을 하기엔 소가 너무 아깝다. 그래서 신발 20켤레를 주면 소 한 마리와 교환이 가능하다고 결정했다. 그래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20켤레나 되는 신발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는 것이다. 이런 것을 단순화시켜주는 것이 바로 화폐이다. 사람마다 필요한 것이 다르기 때문에 시장 형성이 우선 형성되지만 화폐가 등장해야 시장 거래가 더욱 활발해진다.(때문에 화폐를 단순 자본주의와 연결해 이해해선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우리는 왜 화폐를 신뢰할까


화폐는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옛날에는 화폐 자체에 가치가 들어있었다. 대표적인 금속화폐의 재료인 금은 언제나 수요가 있었고 지정된 가격이 있었기 때문에 금의 실질가치만큼 녹여 화폐로 만들어 단위를 결정했다. 이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데 중국의 경우 화폐 주요 단위가 은이었다. 그러나 금이든 은이든 금속은 총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통화량에는 늘 한계가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금속이 부족해지자 어느 순간 금에다가 납이나 구리를 섞어 은화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존의 통화와 모양새가 똑같고 국가(정확히는 왕과 봉건영주)에서 보증해준다는 이유로 동일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이로 인해 가치는 같지만 금의 함유량은 적게 들어가자 차익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이를 '세뇨리지'라고 부른다. 


이러한 행위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가 로마인데, 서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거대 제국 로마의 초반 화폐는 함유율 98%의 화폐를 만들었지만 정복활동 중 벌어지는 지속적인 전쟁으로 인한 군비 조달, 재정 재건으로 인해 아우렐리아누스 때 함유율이 3%까지 까지 떨어지게 되어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지금은 사라진 이전 10원짜리 동전은 가치에 비해 만드는데 더 많은 돈이 들었다. 그래서 일부 사람은 10원짜리로 돈 테크를 하기도 했다. 10원짜리로 바꾼 후 녹이면 나오는 동을 가져다 팔았던 것이다. 요즘은 이러한 이유로 10원짜리 부피가 작아지며 많이 사라졌다. (화폐를 훼손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다.)


지금 온라인으로 Pay등을 적극 활성화시키려는 것에는 화폐제조에 따른 비용을 감축시키는 효과도 있다(이것 외에 다른 가치도 많지만). 종이나 금속으로 만드는 실물화폐에서 디지털로 옮겨가게 됨으로써 더 많은 세뇨리지를 남기겠다는 의미기도 하다.


종이로 옮겨진 화폐의 가치를 살펴보면 종이 자체에는 가치가 매우 적다. 만약 내가 종이에다 1억 원이라고 글씨를 쓴 후에 다른 사람과 교환하려 하면 이상한 취급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종이돈을 신뢰하는 이유는 종이돈의 가치를 국가가 보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화폐라는 것은 국가의 신용이자 약속인 것이다.




# 신뢰가 무너진 화폐가 미친 영향력


어릴 때는 돈을 만들어내는 기계가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돈이 없을 때 그 같은 생각은 얼마나 매력적인지. 실제로 나라에 돈이 없어 무한정 만들어낸 나라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과 짐바브웨가 그랬다. 그 결과 하이퍼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왔다. 돈을 한수레 가득 담아야 겨우 빵 1개와 바꿀 수 있던 것이다. 이는 시장경제를 마비시키는 결과까지 이어졌다.


정부가 보유한 금도 없이, 아니 금을 계속 프랑스에 지불하면서도 화폐를 발행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눈치채기 시작하면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여러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해외 사정에도 밝은 금융 및 기업가들이 인플레 징후를 제일 먼저 알아차렸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행동을 취하겠는가? 그렇다. 곧 휴지조각으로 변할 독일 마르크화를 다른 나라 화폐, 예를 들어 영국 파운드화나 미국의 달러로 환전해 해외에 예치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일 것이다. 이 결과 독일은 1922년부터 자본수지 적자가 심화되었고, 이에 따라 독일 마르크 환율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환율이 급등하면 수입물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으며, 수입물가 상승은 전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 <50대 사건으로 본 돈의 역사> 중


신뢰를 잃은 화폐가 준 여파는 대단했다. 가치가 보장되어 있던 화폐의 가격이 하락하자 사람들은 돈을 버는 족족 현물로 바꾸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지폐를 버리고 현물을 사기 위해 달려드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빵 1개에 800억 마르크까지 치솟게 된다. 화폐의 가치 하락을 포함해 주요 역할인 편리성까지 사라지는 아이러니함을 연출하게 된 것이다. 결국 독일은 경제적 마비상태까지 치닫게 되며 당연히 국민들의 생활은 더욱 힘들어졌다.


화폐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종이다. 종이는 그 자체로 어떤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냉정하게 보면 고가 미술품의 그림과 내가 그린 그림의 차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재질적인 차이는 없다. 그러나 가치는 재질적인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종이돈이 유통될 수 있었던 이유는 국가가 종이돈에 가치를 보장함으로써 유지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뢰를 보장해야 하는 국가가 당장 힘들다고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을 한 결과가 화폐의 몰락과 하이퍼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번진 것이다.





화폐의 기능은 단순하지만 파생되는 범위는 결코 간단치 않다. 사실 자본주의의 핵심 키워드는 돈이 아니라 신뢰이며 화폐는 신뢰의 결과물이다. 때문에 신뢰가 무너진 화폐의 파급력은 엄청나며 때때로 사회를 마비시킨다.


종종 위법을 해야 큰돈을 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내가 본 역사적 사실과 자본주의의 성격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자본은 신뢰가 있는 곳에 모이고 자본을 기반으로 발전하면서 서로 윈-윈 할 수 있게 하는데 반해, 신뢰가 없는 시장에서의 자본은 승자인 소수와 대다수의 패배자만 존재하며 제로썸(sum) 게임을 하게 된다. 어느 성격의 자본을 선택할지는 개개인의 영역이지만 개인적으론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전자 쪽이 더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학습을 하면 좋은 이유는 올바르지 않은 사회적 통념에 대해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지를 탐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타인을 믿지 말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왜 타인을 믿어야 하는지, 희생하지 말라고 말하는 사회가 어떤 형태로 발전하게 될 것인지 상상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학습할수록 세상을 다각도로 이해 및 해석을 할 수 있게 되고 세상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하는 힘을 길러준다.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이나 지식에 대해 새로운 통찰력을 전해준다. 때문에 일독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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