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다시 쓰는 여행 첫번째

by 그나

언제든 떠날 수 있으면 떠남을 미룬다. 어디든 갈 수 있으면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 척추종양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든 아니든 하반신이 마비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아무 때고 어디든 다니려 했다. 여비가 모이는 대로 걸어서,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를 다녔다.


그리고 인도에 갔다. 인도는 오래 품어온 낡고 녹슨 바람이었다. 인도에 가고 싶다는 바람만으로 무겁고 텅빈 일상은 가벼워지고 살만해졌다. 가난했지만 빈곤하지 않았다. 그래서 예의 바람이 낡고 녹이 슬 때까지 떠나지 않았는지 모른다. 마음에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내 두 발로 인도에 못 갈 수도 있다는 막다른 상황에 놓이고 나서야 수술을 무기한 미루고 무겁고 텅빈 마음으로 무작정 인도에 갔다.


그렇게 도착한 인도는 지랄맞게 시끄러웠다. 사방이 사람과 사물과 소음으로 꽉 차 있었다. 혼돈이었다. 꼭 내 마음처럼. 그래서일까. 나는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물들어버렸다. 마치 길바닥에 고인 흙탕물에 잿빛 빗방울 하나가 떨어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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