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여행 첫번째
남인도 코친 공항에 도착했다. 오래도 바랐던 인도 여행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막상 이 넓은 인도 땅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했다. 공항 공터 한 옆 버스 정류장에 우두커니 서서 몇 대의 버스를 그냥 보냈다. 그러다 마리아를 만났다.
바르셀로나에서 온 금발의 미인 마리아는 인도 여행 선배였다. 이전에는 북인도를 여행했다고, 그때는 어딜가나 자신에게 꿀통을 발견한 벌떼처럼 달려들어 호객하고 사기치는 사람들이 그렇게 싫었다고, 그런데 여기 남인도는 열의 없는 호객이 딱 한 번, 거절하면 두 번 묻지 않고 뒤돌아 가버린다 했다. 그게 의외로 쓸쓸하고 외롭더라고, 남인도에 오니 그토록 질색했던 북인도가 벌써부터 살짝 그리워지더라고.
마리아의 독백에서 나를 보았다. 나는 누군가 너무 다가오면 괜한 부담과 방어기제로 거리를 두었다. 버림 받는 것이 두려워 내가 먼저 사람을 밀어냈다. 그와중에 호감 가는 이가 있어 용기 내어 거리를 좁히면 내 어두운 내면 탓인지 상대는 나에게 거리를 두었다. 그렇게 모두와 소원했고 겉돌았다. 늘 외롭고 쓸쓸했다. 나는 남인도에 막 도착했지만 이곳 사람들의 무심함이 오래 입은 옷처럼 편안했다.
말없이 감상에 잠긴 내게 인도 여행 선배 마리아는 말했다. 그냥 다 즐겨. 관심도 외면도, 여긴 인도잖아. 마리아가 기다리던 버스가 오고 그녀는 떠났다. 나는 어디로 갈까. 마리아가 남기고 간 말이 가슴에 남아서일까. 이제 어디든 다 괜찮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