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MY FRIEND

다시 쓰는 여행 두번째

by 그나

다시쓰는여행 여섯번째


MY PRIEND


트리수르의 그늘진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느닷없이 뒤에서 타종소리처럼 메아리치는 누군가의 육성.

HEY MY FRIEND!

육성에 놀란 비둘기 몇 마리들이 좁은 하늘로 날아오르고,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저만치 5층 높이의 낡은 건물 옥상에 상의를 입지 않은 구릿빛 청년이 하얀 이를 드러나며 손을 흔든다.

눈이 마주치자 다시 메아리치는 그의 음성.

HEY MY FRIEND!

나는 의아했다. 인도에 내 친구가 있었나?


나의 유년엔 친구가 없었다. 사랑 없이 태어났고 애정 없이 자랐다, 그래서 사랑 주는 법도 몰랐다. 친구를 만들려고 말투도 따라해보고 몸짓을 흉내내고 글씨체를 베끼기도 했다. 그렇게 무언으로 아이들에게 호소했다. 너희랑 친해지고 싶어. 하지만 그건 마치 따로 노는 팔다리처럼 자연스럽지 않은 행동이어서 아이들은 내게 거리를 두기 일쑤였다. 간혹 누군가 먼저 다가오면 자격지심에 밀어내고 도망갔다.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 조만간 너에게도 난 다시 버려질걸, 이런 망상들로 스스로를 옭아맸다. 그렇게 '친구'라는 단어는 내게 창밖으로 보이는 시리도록 푸른 하늘 같았다.


등을 돌리고 다시 걸었다. 너댓 걸음 채 걷기도 전에 다시 울려퍼지는 그의 목소리.

HEY MY FRIEND!

돌아보니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더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더 다가오는 일도 없이 그저 그 자리에 서서 실없이 HEY MY FRIEND를 외치며 세상 유쾌하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세 번 등을 돌리고 네 번 돌아보았을 때에도 그는 나에게 손을 흔들며 말해주었다.

HEY MY FRIEND!


나도 그냥 그럴 걸 그랬지. 내가 있는 자리에서 누군가 나를 바라볼 때, 안녕 친구야! 그냥 그렇게 인사를 건넬 걸 그랬지. 더 바라는 일도 없이, 내가 선 그 자리에서 더 다가는 일도 없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그러지 못했던 내가 낯선 인도인에게 마주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큰 소리로 화답했다.

YES MY FRIEND!

그 말을 공중에 하얀 지문처럼 남기고 다시 등돌려 그 골목길을 빠져나왔다. 꿈속을 걷는 듯 발걸음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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