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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희들을 다 거둘 수 없으니...
by
Lena Cho
Dec 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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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앞, 앞집은 작은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인데, 몇 달 전부터
침대며,
가구며, 온갖 집안 물건을 폐기물 스티커를
부쳐 집 앞에 내놓더니 두 달 전부터
집 대문이 굳게 잠긴 채 빈집으로
방치(?)되어 있었다.
골목이라 그 집 앞을 매 번 지날 때마다
뭔가 을씨년스러워 토리랑 산책을
할 때도 그 집 앞을 빨리 지나가곤 했었는데,
어느 날 낮에 그 집 앞을 지나다 보니
그 집 마당에 이불을 내놓은 곳에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서 새끼 서~너
마리와 어미묘가 추운 겨울날을
버티기 위해서인지 그 이불 위에
옹기종기 붙어 누워 있었다.
폭설이 녹고 난 뒤에 새벽 골목길은 싸늘하기 짝이 없는데 넌 왜 거기 있니?!
새끼를 낳아서인지 밖에서 쳐다보는
건데도
고양이들이 경계가 심한 거 같아서
토리랑 그 집 앞을 지나가면서도 곁눈으로
고양이들을 살피며, 따뜻한 물이라도
한 그릇 넣어 줄 곳이 있나를 살피며
다녔는데, 다행히 틈 사이로 내 손이
들어가서 저녁 산책 때 물을 좀 데워서
그 철망으로 된 담이 있는 곳에 간신히
손을 넣어 무심한 듯 작은 물그릇
한 개를 넣어주었다.
그런데 다음날 출근 전에 토리 산책을
시키면서 틈 사이로 보니 고양이들은
온데간데없이 이불 위엔 큰 벽돌 한 개가
올려져 있었다....
이불도 사라진 자리가 양지바른 곳이였구나...
순간 내가 뭘 잘못 본 건가 싶어, 유심히
보니 벽돌이 맞았고, 고양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순간 내 마음도 벽돌처럼 싸늘해
지는 거처럼 마음이 아팠다.
물론 그 집주인을 비난하는 건 아니다,
본인집에 고양이들이 오는 게 싫으면
얼마든지 쫓아낼 수 있는데, 이 추운 날
길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낳아 품을
곳이 빈집 마당 위에 방치된 방석만 한
이불 위였을 텐데
그 공간은 사라져 버렸고,
그보다 먼저 그 벽돌을 보는 순간
내가 들었던 생각은
고양이들은
다치지 않고 모두 그 집을 잘 탈출
했을지가 걱정이 됐다.
태생이 길고양이니 잘만 탈출했다면
어디서든 잘 살 거란 생각은 있지만,
새끼고양이들과 좀 더 안전하게 함께
할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도 토리와 그 집 앞을
지날 때마다 그 집구석구석을 문틈으로
봤는데, 그 이불마저 사라져 버렸고,
이제 더 이상 그 집엔 그 고양이들은
없는 거 같다.
12월 전까진 우리 집에도 고양이
들이 찾아와서 매일 하루 두 번씩 물을
가져다주었는데 추워져서 그런지 이제
우리 집엔 고양이는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 길고양들을 다 거둘 순 없고,
그럴 수없으면 어설프게 도와주면
안된다는 생각에 사료까진 주진
않지만 더운 여름날 깨끗한 물이라도
실컷 마시라고 토리 산책만으로도
벅찬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늘
출근하기 전과 퇴근 후에 깨끗한
물을 한 그릇씩 우리 집 주차장
턱에 고양이들이 자주 있어서 그곳에
놓아두었는데 이제 물을 떠나놔도
그 물이
줄지 않으니 당분간 물수발은
중단하기로 했다.
눈이 이렇게 왔지만 새벽 산책 쉬누러 가야겠지?! 집에선 안되겠니?!;
너 하나만으로 벅차다...
토리 한 마리로도 나한텐 사실
너무 벅차기에 토리한테
좀 더 집중하라는
계시(?)로 알고 마음도 더 이상
아파하지 말고, 그냥 그렇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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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생명
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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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na Cho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회사원
Wanderlust, 개엄마(23년11월에 유기견이었던 토리 입양) 성심성의껏 돌볼며 행복하게 살기~ 쉬운 말로 솔직한 저의 이야기가 브런치와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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